2025년 12월 17일(수)

"경복궁 전 세계에 알릴 기회 놓쳤다"...구찌X경복궁 패션쇼 돌연 취소됐습니다

인사이트경복궁 근정전 / Twitter 'royalpalacego'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와 문화재청이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열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진행된 패션 화보 촬영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인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문화재청과 패션 업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과 구찌 코리아 측은 오는 11월 1일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구찌 코스모고니 패션쇼 인(in) 서울 경복궁' 행사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인사이트Gucci


행사명인 '코스모고니'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인 새 컬렉션이다.


'우주기원론'이라는 뜻처럼 별자리에 담긴 신화 이야기 등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찌 측은 경복궁이 가진 역사적 의미에 주목해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는 구찌 측이 '세계적 수준의 천문학이 연구되었던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의 주제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겠다'며 장소 사용을 신청한 내용이 담겼다.


인사이트구찌 코스모고니 / ELLE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관계 전문가 조언을 받아 경복궁이라는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강화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확실히 고증받을 것' 등의 단서를 달아 조건부 가결했다.


구찌 측은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근정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행사하되 행각을 모델이 걷는 무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에서 촬영한 파격적 포즈의 한복 패션 화보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문화재청은 구찌 측과 논의 끝에 행사를 취소했다.


인사이트구찌 코스모고니 / MAIORANO MAGAZINE


문화재청 관계자는 "밤에 조명을 비춘 경복궁의 모습을 본 외국인은 많지 않다"며 "경복궁을 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의도치 않게 정쟁화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터놓았다.


또 "(청와대 관련) 화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심의받아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며 "여러 효과가 기대되지만 현 상황에서는 진행이 쉽지 않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대중에 소개하는 등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