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어제, 부산시청 앞에는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십 명의 사람이 현수막을 들고 입구를 가로막기까지 해 관심이 집중됐다.
때아닌 '시위'가 벌어진 건데, 그 이유는 하나의 정책 때문이었다.
지난 29일 부산시는 부산시교육청과 협력해 부산을 '영어 상용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는 9월 관련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부산을 영어 상용도시로 만들고자 한 이유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였다. 부산을 찾는 많은 외국인이 이곳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 효율을 높이자는 의도였다.
아울러 부산시는 해당 정책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성공시키기 위한 환경 조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한글 공문서 번역 업무 수행 시 필요한 경우 영어 병기를 허용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런 정책이 알려지자, 한글문화연대 등 76개 한글 관련 단체와 부산 작가회의 등 지역 34개 시민단체가 힘을 합쳤다. 힘을 합친 단체는 29일 '부산 영어 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을 결성해 부산 시청 앞에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단체는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나 북유럽처럼 인구가 적은데 여러 가지 언어를 사용해야 해 불가피하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을 강행하려는 무모한 실험"이라면서 "예산 낭비와 시민 불편, 영어 남용도시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 상용을 추진하면 '공문서 등은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한글로 작성하라'는 국어기본법 제14조 규정도 밥 먹듯이 어길 것이다"며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의 알권리를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마지막으로 "부산시는 영어마을을 5곳이나 운영하겠다는데 이미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모두 실패한 사업을 답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불만을 표출한 시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추진 배경·목표·방향' 등이 담긴 설명자료를 내보였다. 그리고 문답 형식의 '영어 상용화 추진, 사실은 이렇습니다'는 별첨 자료도 추가 첨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영어 상용도시는 영어공용화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민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영어 상용도시 정책을 만들겠다"고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