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유독 강남에서 '침수 피해'가 심각했던 진짜 이유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진 가운데 유독 강남 일대에서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일 9일 이틀간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강남구 116㎜, 서초구 110㎜가량이었다.


이는 서울시의 시간당 최대 강수 처리용량 85㎜를 넘어서는 수치다.


9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지하철 사당역, 삼성역, 이수역, 대치역, 광명사거리역, 신대방역, 상도역, 서원역, 선릉역, 동작역, 구반포역 등이 침수됐다. 또한 개포, 일원, 구반포, 금하, 염곡동서, 구로역, 구로, 목동교 서측, 신길, 동작, 신원지하차도 등의 지하차도 역시 침수됐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도 호우 피해가 두드러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모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는 물이 가득 차 주차된 차량 수십 대가 침수됐다. 강남역 일대나 방배동 일대 빌라 역시 주차장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강남역 인근 도로와 도로 위 차들은 완전히 물에 완전히 잠겼는데, 이는 폭우가 내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폭우 때마다 강남 일대가 '워터파크'급의 물바다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의 분석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의 낮은 위치가 한몫한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약 17m 이상 낮다. 비가 오면 역삼역 인근의 물이 상대적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로 내려와 고이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가 개발되면서 아스팔트로 뒤덮인 것도 문제다. 물이 흡수될 곳을 잃은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불투수 면적률은 52.84%다. 1962년과 비교해 8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항아리 지형'이 꼽힌다. 이곳은 양옆이 높고 가운데로 낮아지는 깔때기 모양의 저지대인데 강남역 일대는 해발 12.2m로, 한강 홍수를 측정하기 위해 정해놓은 수면 높이가 15.74m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 


이외에도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역경사),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삼성 사옥 인근 하수관로 시공 오류(역경사) 등이 상습 침수 요인으로 나타난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조 4천억 원을 투입해 시간당 95㎜ 수준의 폭우에 대비할 '빗물터널' 완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터널은 반포천까지 뚫려, 빗물이 흘러들어가 피해를 줄이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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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비는 115년 만의 최대 폭우였던 만큼 불가항력적 수준이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폭우 피해 이후 서울시가 지난해 대비 수방·치수 예산을 896억 원가량 줄였다는 것이 조명되며 논란이 됐다.


서울시의 수방·치수 예산은 2010년 강남역 일대 침수,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을 겪으면서 2019년까지 지속 증가했다가 2020년부터 줄어들었다.


비판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지난해 추가 삭감을 했다고 설명하며, 향후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해 시는 올해 수방예산으로 4450억원을 편성했지만, 서울시의회가 248억 원(5.9%)을 더 삭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