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최근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대부분의 에어컨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 사업으로 설치한 무료 에어컨이었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전기료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전력 계량기'를 설치해 전기 소모량을 감시했다.
7일 국민일보는 전날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를 찾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날 A씨가 쉬고 있던 경비실 내는 찜통더위로 열기가 가득했다. 창가에는 지난해 봄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이 있었지만 A씨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 감시하듯 달려있는 전력 계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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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관리실 직원이랑 얘기해 보면 '누가 (전력을) 얼마나 썼다'는 걸 다 꿰고 있더라.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나"며 "가끔은 '차라리 달지 말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오전 6시에 경비실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틀 간격으로 낮과 밤을 지새우고 있다. 무더운 낮과 적적한 밤을 보내지만 그가 기대고 있는 것은 오직 선풍기 한 대다.
다만 A씨는 경비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에어컨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폭염이 유독 심한 날에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대신 희망온도를 26도로 설정해야 하며 하루 총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틀고 있다.
A씨가 속한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4월 노원구청이 한 대당 48만원을 지원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곳이다. 설치와 관련한 아파트 측 비용 부담은 전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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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어컨 사용에 드는 전기료를 아파트 입주민들이 공동 부담하게 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 '경비실이 에어컨을 너무 오래 트는 것 같다'는 민원이 여러 건 관리사무소에 접수됐던 것이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경비실 내 에어컨 옆에 일괄적으로 계량기를 설치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공동전기료로 부과하는 경비실 전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며 계량기 설치에 대해 설명했지만 정작 현장 경비원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편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경비실 근로자들을 위해 에어컨 설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기료 부담으로 인해 A씨와 같이 에어컨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