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향후 법적대응 관련 기자회견 중인 유족들 / 뉴스1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결과가 2년여 만에 뒤집힌 가운데, 고인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편지를 전했다.

17일 고인의 유족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고인의 아내는 아들인 이모 씨가 윤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했다.

이 씨는 편지에서 "아버지의 사망 발표를 시작으로 죽음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1년 9개월을 보냈다"며 "긴 시간 동안 전 정부를 상대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맞서는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면서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스무 살의 봄날도 제게는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버지의 월북자 낙인을 혹시 주변에서 알게 될까 봐 아무 일 없는 평범한 가정인 척 그렇게 살았다"면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는 그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 주신 윤 대통령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1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의 만남도 회상했다. 그는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 주셨던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주길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다"면서 "제가 듣고 싶었던 건 따뜻한 이 한 마디였고 지켜지는 어른들의 약속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생전 아버지의 모습을 "똑같이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고 기억했다.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피살 공무원 유가족과 면담하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 뉴스1

이 씨는 "태극기를 직접 사 오고 국경일마다 일찍 일어나 직접 국기를 게양하는 애국심 있는 분이셨다. 물에 빠진 어민을 구해 표창장도 받으셨지만 정작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셨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들어 그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고,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손에 한 장 쥐어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전 정부였다"고 적었다.

이 씨는 "하지만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고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도와 주셨기에 저는 이제 제 위치로 돌아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고인의 아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