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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남학생 4명 때문에 26명 제자들에게 사과한 초등학생 선생님의 '지옥' 같았던 1년

1년 동안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아 혼신의 힘과 정성을 다해 가르쳤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여왕의 교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년 동안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아 혼신의 힘과 정성을 다해 가르쳤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본인의 에너지 90%를 말을 듣지 않는 남학생 4명을 막아내는데 써서 다른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이유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 A씨의 1년간 소회가 담긴 글이 게재됐다. 


A씨는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을 잘 가르쳐 졸업식 때 학부모님들께 최고의 선생님이었다는 감사 문자도 여럿 받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여왕의 교실'


그러나 그의 1년은 지옥 같았던 듯하다.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4명의 남학생이 원인이었다. 


이 4인방은 항상 수업 시간 분위기를 흐렸다. 어버이날 잔잔한 노래를 틀어주고 편지를 쓰라고 하니 "아 억지 눈물 짜내는 거 역겹죠 ㅋㅋ루삥뽕"이라며 조롱했다. 


'ㅋㅋ루삥뽕'은 10대 학생들이 쓰는 은어로 조롱하거나 상대의 약을 올릴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아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라며 진행을 어렵게 했고, 선생님이 타이르며 해보자고 해도 "응 내가 안 해도 아무것도 못하쥬, 킹방쥬, 열받쥬, 죽이고싶쥬, 응 근데 못죽이쥬"라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태블릿 활용 수업 때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모듬 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숙제를 내주면 자기들끼리 나눠서 하고 선생님이 부를 때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짝다리를 짚는다. 


한 번은 A씨가 화를 내자 4인방 중 한 명은 책상을 발로 차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훈육 차원에서 명심보감 한 장씩 베껴 쓰라고 했더니 "아 틀딱냄새 X진다"며 찢어버린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들 부모님의 태도다. 


A씨는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했더니 "선생님께서 잘 가르치셔야죠", "집에서는 착한데 선생님이 잘못 가르치신 거 아니예요?",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세요"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A씨는 "저 4명을 막아내는데 내 에너지의 90%를 썼다"며 나머지 26명의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남녀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생님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긍정 답변을 한 교원 비율은 전체의 29.9%에 달해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복수 응답에서 4144명(24.6%)이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학생 생활지도'를 꼽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2.1%),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업무'(18.8%)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