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경찰 강압수사로 20년 옥살이한 '화성 살인' 누명 피해자 "검수완박, 억울한 사람 쏟아질 것"

인사이트2020년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받은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 / 뉴스1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경찰의 강압 수사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이란 누명을 쓰고 2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 씨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5부는 윤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윤 씨는 변론기일을 마치고 "현재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윤 씨는 "만약에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참 억울한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지금보다 배는 나오지 않을까. 장애인도 그렇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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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사가 그거(수사권) 없으면 검찰청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경찰이 다 한다고 하면 그 업무를 누가 충당하겠느냐. 그래서 저는 (검찰) 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씨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 경찰 수사에 대해 이의제기가 불가능해지는 부분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경찰에서 일단 조사를 받아서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경찰만 수사한다고 하면 검찰에 가서 하소연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윤 씨가 진범이란 누명을 쓴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당시 13세였던 박모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인사이트윤성여 씨 / 뉴스1 


이듬해인 1989년 7월 경찰은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던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강압수사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하게 됐다.


이후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결국 윤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2009년에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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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후에 재심을 청구, 2020년 12월 17일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2년 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무죄가 선고된 날 법원과 검찰, 경찰 모두 윤 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재수사로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청구인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경찰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