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A씨 가족
"10개월 동안 멀쩡했던 아기가 사지가 마비된 채로 나왔습니다"
지난 6일 경상남도 양산에 사는 A씨는 지역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하다가 자궁이 파열되고 아기도 중환자가 돼 나왔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지난 9월 17일 둘째를 낳기 위해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A씨는 입원을 결정한 뒤 밤새 진통을 참으며 아이를 만날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담당 의사와 간호과장이 내진을 하면서 "양수가 터졌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은 뒤 10시쯤 A씨에게 무통주사를 놓고 11시부터 분만을 시작했다.
하지만 분만실에는 담당의사 없이 간호과장 한명과 실습생으로 보이는 여성 둘만 들어왔다. 가족분만실이었지만 남편도 아내를 볼 수 없는 커텐 뒤에 있도록 조치했다.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첫째 아이를 낳을 때와는 달리 양수가 터진 것도 느끼지 못했고 아기가 곧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말에 따라 힘을 주기 시작했고 간호사들은 분만을 돕기 위해 A씨의 배를 눌렀다.
그러다 의료진은 가족분만실 침대의 쿠션이 분만을 방해한다고 판단해 A씨를 일반분만실로 옮겼다. A씨는 배를 누를 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 간호과장에게 "그만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담당 의사는 "아기 심박수가 떨어졌고 산모도 힘을 잘 못 주고 있으니 수술을 하자"고 남편에게 권했다.

사진 제공 = A씨 가족
남편은 분만실을 옮기고 별다른 시도도 못해본 상황에서 자연분만을 위해 밤새 진통을 견딘 아내를 생각해 "한 번 더 시도해 볼 순 없느냐"고 말했다.
담당 의사 역시 "아기 심박수를 지켜보다가 올라가면 시도하자"고 동의했다. 그러나 곧이어 의료진은 "아기 머리가 또 올라갔어"라고 말한 뒤 급하게 남편의 동의를 얻어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 후 A씨는 자신의 자궁이 파열됐고 아기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강직성 사지 마비를 얻은 채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만약 아기가 머리를 위쪽으로 올리지 않고 파열된 자궁으로 나오려 했으면 A씨가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도 깨닫게 됐다.
A씨는 "아기가 엄마를 살리려고 본능적으로 다시 위로 올라간 것 같다"며 "산소 공급도 못 받은 채 버티다 평생 식물인간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 의사는 "간호사는 배를 한 번 밖에 누르지 않았다더라"며 "자궁이 약해서 생긴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해당 병원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담당 의사와 연결해 줄 수 없다. 통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내용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A씨의 남편과 일가족은 한달 간 시위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해당 병원 앞에서 "과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지라"고 외치는 중이다.
남편은 "우리는 의료 분쟁에 손쉽게 대처할 만한 전문 지식도 없고 힘도 없다"며 "10개월 동안 건강했던 아이와 산모가 분만 중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는데 자궁 파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