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스타트업'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평소보다 조금 이른 퇴근,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면 아내가 "웬일로 일찍 들어와?"라며 이유를 물을 게 뻔했다.
권고사직. 별일 아닌 듯 넘어가고 싶었고, 담담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통닭을 샀다. 그러나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남성은 조수석에 놓인 통닭을 두고 20분을 멍하니 있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나름 괜찮은 건설 회사였다. 코로나19가 찾아왔지만 다 같이 으쌰으쌰 힘을 내며 어려움을 헤처나갔다. 나름 회상에서 인정받는다고도 생각했다.
대표도 좋게 봐줬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좋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최근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가 문제였다. 이후 진행 중이던 공사에 조금씩 차질이 생겼다. 회사는 어려워졌고 그에게는 '권고사직'이 내려졌다.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돌아온 그에게 떨어진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제 그의 나이 41살. 권고사직이라는 말에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무거워졌다.
얼마 전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쓰러진 후 마음을 다스릴 시간도 없이 찾아온 충격. 그는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뱉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가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20분 동안 오만가지 생각에 잠겨 있는 그는 한 손에 통닭을 들고 어렵게,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내가 마주나와 물었다.
"어쩐 일로 일찍 퇴근했어?"
'그냥 일찍 퇴근했어'라며 아내의 눈을 피하며 대충 넘기려 했으나, 수년 동안 살을 맞대고 뒷바라지해주던 아내의 촉은 피할 수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티 내지 말자'며 회사에서도 담담하게 퇴근했던 그였지만 아내의 저 물음 하나에 모두 무너져 내렸다. 남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같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던 아내는 권고사직 당했다는 남편의 말에 "괜찮아. 그동안 아팠던 거 병원 다니면서 치료받고, 천천히 다시 시작하면 돼"라며 그를 다독였다.
남편이 사 온 통닭을 본 아내는 "무슨 통닭이야"라며 핀잔을 주더니 백숙을 해주겠다며 장을 봐왔다.
그 사이 휴대폰에는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성은 "제가 인생을 헛살은 것 같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여러분들, 저 오늘만 마시고, 취하고, 힘들겠습니다"며 "저에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값질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아버님들 모두 힘내세요"라고 전했다.
아내가 실망할까 봐 애써 슬픔 마음을 억누르고 통닭을 사 온 남편과 누구보다 힘들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를 위해 백숙을 차린 아내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이 사연에 누리꾼들은 "분명 더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41살이면 아직 젊어요.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옆에 가족이 있잖아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