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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모쏠 오빠' 위해 여동생이 이 악물고 '가짜 여친' 행세해 준 깊은 뜻

모태솔로 신병이 자대 배치 첫날부터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가 친동생 덕분에 창피를 면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기다리다 미쳐'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군 자대배치 첫날부터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된 '모태솔로' 신병이 친동생 덕분에 창피를 면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나보다 더 찌질하게 군 생활 한 사람 있냐"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또래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군 생활을 시작했다는 A씨는 자대 배치 첫날 신병들이 모두 모였던 날을 회상했다.


당시 A씨 선임들은 신병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질문했다. 이들은 솔직하게 '모태솔로'라고 고백한 신병들을 깔깔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넷플릭스 'D.P.'


마찬가지로 모솔이었던 A씨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자친구 있다"고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해버렸다.


순간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A씨의 의도와 달리 상황은 점점 커져갔다. 의심하는 듯 좁혀오는 선임들의 질문 공세에 그는 여자친구가 2살 어리고, 대학생이라는 등 구체적인 특징까지 묘사하며 거짓말했다.


선임들은 A씨의 말을 끝까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이들은 사진을 보자고 요청하거나 생활관 휴대전화를 건네며 목소리를 확인시켜달라고도 했다.


A씨는 "깜빡 잊고 사진을 챙기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바빠서 통화하기가 어렵다"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둘러댔다. 하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해지기 일쑤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점점 A씨를 '허언증 환자'로 취급하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지자 그는 시간마다 전화 부스로 달려가 억지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나중에는 그냥 30분씩 전화 부스에서 혼자 엉엉 울다가 나오는 날도 있었다.


휴가를 나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A씨는 부모님 앞에선 군 생활에 적응을 잘한 척, 선임들에게 사랑받는 척, 남자다워진 척만 하다가 밤에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해 혼자 울었다.


끔찍한 휴가 복귀 전날이 다가왔다. A씨는 바보처럼 엉엉 우는 모습을 우연히 여동생에게 보이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며 다그치는 여동생에게 A씨는 결국 모든 고민을 다 털어놓게 됐다.


울면서 사정을 설명하는 A씨의 고백을 들은 여동생을 한참 한숨만 쉬더니 본인이 돕겠다고 나섰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 '파랑새의 집'


복귀 당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나오란 연락을 받고 나갔더니 예쁜 모습으로 나타난 여동생은 A씨를 사진관에 데려갔다. 두 사람은 평소보다 친한척하면서 스티커 사진을 함께 찍었다.


여동생은 이후로도 "절대 쫄지 마"라는 좋은 말만 해주며 A씨의 자존감을 한껏 높였다. 증명사진이나 그동안 잘 나왔던 본인의 셀카까지 모두 보내줬다.


혹시나 거짓말이 모두 들통나진 않을 까하던 우려와 달리, 여동생 덕분에 A씨의 이후 군 생활은 눈에 띄게 편해졌다.


처음엔 "정말 여자친구 맞냐"며 의심하던 선임들도 꾸준히 통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A씨를 믿기 시작했고 심지어 "우리 오빠 잘 부탁드린다"라며 상냥하게 말하는 여동생 덕분에 예쁨까지 받으며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Instagram 'HYERI_0609'


자칫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혀 고생할 뻔한 군 생활을 여동생 덕분에 무사히 넘긴 A씨는 "지금까지도 여동생한테 미안하고 고맙다"라며 "X신 같은 찌질이 오빠 둬서 굳이 안 해도 될 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창피하고 기분 나쁠 법도 한데 한 번도 나한테 싫은 소리나 상처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냥 동생 생각만 하면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더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A씨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여동생한테 잘해줘", "동생이 진짜 착하다", "보기 좋은 남매", "가면 안 쓰고 솔직한 사람이 더 멋있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