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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잡으려다 '진짜 뉴스'까지 잡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더불어 민주당이 야당과 언론단체의 반발에도 지난달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문체위에서 통과시켰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이 야당과 언론단체의 반발에도 지난달 19일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 문체위에서 통과시켰다.


언론단체는 물론 여당과  법조계, 심지어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여당의 밀어 붙이기식 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처리를 불사했다. 


민주당은 가짜 뉴스와 악의적 보도를 막고 그로 인해 생기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발의했지만 사실 이번 언론중재법은 많은 위험요소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가짜 뉴스 판단이 어렵다는 점과 그 판단이 권력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의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사에 적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가짜 뉴스라 불리는 허위 조작 보도는 엄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짜 뉴스에 대한 구제척인 정의 없이 고의성과 중과실성 여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는 권력자 ‘의중’에 따라 허위 보도와 조작 보도, 악의적 보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 지난 2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500억 원 대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오자 당사자인 이 의원은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보호장치”를 언급하며 언론중재법을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의혹을 제기한 매체 보도들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언론규제법을 들먹이며 언론사들을 반격했다.


인사이트뉴스1


결론은 이 의원의 횡령 배임 의혹이 ‘진짜뉴스’로 밝혀지면서 법정 구속됐고, 그가 주장했던 해명이 가짜 뉴스였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조국과 부인 정경심, 딸 조민 씨에 대한 의혹들도 최근 법원에 판결에 의해 대부분 진짜 뉴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을 받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언론사들의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판결이 났다.


두 번째로 언론중재법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억압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자유는 여타의 자유보다 우선한다.


때문에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이나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와 같은 사전적 제약도 금지되지만 사후적 제약도 사안이 심각할 경우에만 허용된다.


언론사가 허위 보도나 오보를 낼 경우 언론중재위를 통해 조정을 거칠 수 있고 조정이 결렬될 경우 민·형사소송을 통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


구제 절차가 있음에도 행정부가 5대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은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박용진, 김두관 의원도 반대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부메랑 효과로 사회적 손실 우려”된다고 했고, 김 의원은 “독소조항이 많고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인사이트뉴스1 


법조계에서도 언론중재법이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며 자칫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개정안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언론사의 편집권 침해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사의 제목과 기사의 관계, 취재의 기사화 과정 인용 과정들을 법적으로 살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며 야당과 시민단체는 독재 정권에서 자행했던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고의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편집권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점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외신 기자들도 이번 법안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신기자클럽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권력자들이 내외신 모두의 취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질타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도 민주당이 급하게 밀어붙이자 내년 대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라는 이슈 몰이로 재집권에 불리한 보도를 차단하고 언론사를 길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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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언론사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언론중재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46%, 반대하는 국민이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회에 언론사들도 가짜뉴스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가짜 뉴스와 언론윤리에 위배되는 사항은 엄벌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에는 언론 종사자로서 동의한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정말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개정안인지 아니면 본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도인지 여당에게 되묻고 싶다.


이번 개정안으로 가짜 뉴스를 잡으려다 진짜 뉴스까지 죽이는 끔찍한 언론 환경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