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쌀 훔치다 붙잡힌 절도범, 주민번호 없이 '75년' 동안 살았던 할머니였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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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정확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7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졌다.


충주경찰서는 수확기를 맞아 농산물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CCTV 분석을 통해 A(75) 할머니를 용의자로 특정해 조사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16일 MBC뉴스를 통해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할머니는 농가 창고로 걸어 들어와 천정에 매달아 논 마늘을 꺼내들고 유유히 사라지는가 하면, 빈 교회에 들어가 떡과 쌀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은 붙잡힌 할머니를 조사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할머니의 이름을 조회하고 열 손가락 지문을 찍어 전산을 통해 확인해봐도 전혀 신원을 밝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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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5살인 할머니는 출생신고도, 주민등록 신고도 돼 있지 않던 무적자 신분이었다. 12살 때 부모를 잃은 할머니는 함께 지내던 3살 터울 언니가 돈을 벌어 온다며 떠난 뒤 줄곧 혼자 살았다.


식모살이와 허드렛일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할머니는 60세 이후 충주 주덕에서 산나물 등을 채취해 길거리에 내다 팔며 생계를 꾸렸다.


힘든 삶을 이어 오던 할머니는 여인숙 월세 15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절도인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농작물에 손을 대고 말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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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체포한 경찰은 해당 내용을 토대로 주거부정의 사유로 구속하겠다고 경찰서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경찰서장은 범인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적자인 할머니가 구속 후 석방되면 또다시 생계에 어려움을 느낄 거라며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서장은 불구속 송치를 지시한 뒤 수사와 별개로 할머니 호적 찾기 지원에 나섰다. 경찰은 연락을 위해 할머니의 휴대전화부터 개통해 준 뒤 호적 창설 정차를 진행 중이다.


할머니는 주민센터 등의 도움을 통해 정기적으로 쌀과 마스크를 지급받는 한편 호적이 나오면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함께 안정적인 주거도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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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창호 경찰서장은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지만, 흔적도 없이 살다가 떠나게 될 A할머니가 안타까웠다"면서 "앞으로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행복하게 살면서 생이별한 언니와도 재회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해선 안 될 일을 했지만, 처벌 이후를 생각한 주변의 손길 덕분에 마침내 75년 유령 생활을 끝내고 새삶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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