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복무 중 '이별 통보' 받고 휴가 나와 여친 집 몰래 숨어들어 살해한 군인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휴가에서 나오자마자 살해한 군인이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스1] 한상희 기자 = "나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너도 죽었으면 좋겠어."


1여년 간 사귀던 여자친구 B씨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군인 A씨. 휴가에 나오자마자 집에서 흉기를 챙긴 그는 B씨를 살해한 뒤 극단선택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2020년 4월 이별한 두 사람은 헤어진 뒤에도 A씨의 부탁으로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약 3주 간 연락을 주고 받던 이들은 A씨 휴가기간 만나기로 약속했다.


A씨는 그해 5월18일 휴가 첫날 집에 도착해 부엌에 있던 흉기를 가방에 넣고 B씨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은 오후 9시쯤 만나 술집과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음 날 오전 1시쯤 인근 모텔로 들어가게 됐다.


A씨는 기대감을 품고 "다시 사귀는게 나을 것 같다"고 재회를 요청했지만, B씨는 거절했다. A씨가 사귀는 기간에도 '거짓말을 한다'며 이유 없이 의심하고 집착했기 때문이다. B씨는 평소에도 A씨의 집착으로 힘들다는 고민을 지인들에게 털어놨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두 사람은 그날 오후 2시쯤 모텔을 나와 식당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고, B씨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A씨는 B씨 출발 후 약 30분 뒤 버스를 타고 B씨가 혼자 사는 원룸으로 향했다. 그는 밤 10시6분쯤 B씨의 집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A씨는 4시간 가량 문 앞에서 서성이며 B씨가 통화하는 내용을 엿들었다. A씨는 통화내용이 들리진 않았지만, B씨가 지인들에게 자신을 뒷담화했다고 의심했고, 이내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는 다음날 오전 1시52분까지 구글에 '극단선택 방법' '극단선택' '살인하고 싶을 때' '전여친 죽이고' '살인하고 안 들키는' '청부살인 사이트' '필리핀 킬러 고용'을 검색했다.


오전 2시17분 원래부터 알고 있던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해 B씨의 원룸으로 들어간 A씨는 밤새 집에 머물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날이 밝아 B씨의 출근시간이 됐지만 A씨는 팔을 붙잡고 "너도 죽었으면 좋겠다"며 출근을 막았고, B씨는 어쩔 수 없이 반차를 써야 했다. 오후가 돼도 A씨가 B씨를 붙잡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자, 견디다 못한 B씨는 문자로 경찰에 신고했다.


"친구가 새벽에 찾아와서 저도 죽이고 자기도 죽어버리겠다고 아직까지도 안나가요. 힘으로 붙잡아서 나갈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극단적인 친구라 조심히 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5분 후 출동한 경찰이 두 사람을 집 밖으로 데려나갔고, B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집을 나와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혀 나온 직후에도 B씨에게 "경찰차 안에 탔엉? 전화해줘봐. 무서워하게 해서 미안행" "너가 너무 좋아서, 너무 심란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야"라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보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A씨는 3시간 가까이 B씨의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4시46분쯤 아무도 없는 B씨의 집에 다시 들어가 불을 모두 끄고 화장실에 숨었다. 그는 집에 있으면서도 B씨에게는 마치 밖인 것처럼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9시4분쯤 퇴근 후 집에 도착한 B씨는 혹여나 A씨가 방 안에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옷장 등을 열어보며 구석구석을 살폈다. 화장실을 문을 여는 순간 숨어 있던 A씨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A씨는 통화 중이던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B씨와 몸싸움을 벌였고, 미리 챙겨온 흉기로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는 B씨의 온몸을 60~70회 찔렀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저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B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직장동료 진술에 따르면 '언니, 언니, 언니' 하는 비명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약 2분 후 동료가 B씨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땐 비명소리와 물건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동료가 B씨를 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흉기로 A씨를 찔렀고, 4분이 지나 경찰이 도착했을 땐 B씨의 비명이 멈추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A씨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흉기는 극단선택을 위해 챙긴 것이고, 범행 직전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거짓말을 한 사실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해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범행 이틀 전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가방에 챙겼고, 범행 당일 B씨의 집에 들어가기 전 살인 관련 검색어를 수차례 검색했으며, B씨가 퇴근할 무렵부터 불을 끄고 흉기가 들어있는 가방과 함께 화장실에 숨어있던 점"을 근거로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살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잔인하고 가학적인 방법으로 살해해, 범행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육체적인 공통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유족이 피고인의 사죄를 받아들여 합의했고 A씨의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해 징역 25년으로 감형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