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젊은 세대가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바로 비혼, 비출산"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 IMF 이후 최악의 취업난, 고령화 사회 등 요즘 한국 청년들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점점 멀어져 가는 내 집 마련과 취업의 꿈 앞에 청년들은 자꾸만 작아진다.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는 한 20대 직원이 이러한 한국의 암담한 현실을 읊조린 글이 수많은 청년의 공감을 얻고 있다.
블라인드
최근 직장인들을 위한 소통 앱 '블라인드'에는 "젋은 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비혼·비출산이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작성자 A씨는 "나는 28살이고, 이제 3년 차 직장인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뒤늦게 투자에 뛰어들어 손해 본 것도 있고 이득 본 것도 있으나 결국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며 요즘 2030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A씨는 "내 학교 동기들은 나름 좋은 학교 좋은 과 나왔어도 1년 휴학했다는 이유로 아니면 대학원에 갔다는 이유로 취업문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며 "좁아진 것도 아니라 거의 사라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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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많은 또래 청년들이 취업은커녕 대외활동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작년 한 해에만 자산 격차가 10년 차는 벌어진 것 같다"며 "나야 어떻게 뒤늦게 이것저것 시도는 해볼 수 있었으나 나도 늦은 건 사실"이라고 허무함을 드러냈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 지금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어려운데 결혼, 출산 이런 얘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2020년 자산 초격차 시대는 손발이 묶인 상태로 지나가 버렸고, 30대는 돼야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하는 이 시대에,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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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비혼, 비출산"
본인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결혼과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 밥그릇 하나만 잘 챙기고 살자"며 "힘든 상황에서 결혼하고 애 낳아봤자, 그 아이는 나중에 월급의 50%를 나라의 늙은이들 먹여 살리는데 쓰게 될 것이고, 아이한테도 할 짓이 못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나를, 미래의 아이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희생양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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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A씨의 글은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공감을 받고 있다.
A씨의 말처럼 실제로 매년 결혼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정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 '비혼 독신'에 찬성하는 20대 비율은 무려 53%로 절반 이상이었다. 비혼·독신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는 31%가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집값은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데 취업은 안되고 취업을 해도 가족을 부양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에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출산은 물론 결혼조차 꿈도 못 꾼다는 게 요즘 청년들이 말하는 한국의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