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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빠처럼 믿은 '엄마 남친'한테 강간당할 뻔한 여성이 '유머' 게시판에 적은 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강간 미수를 당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강간 미수를 당했습니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강간 미수를 당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내가 교복도 입기 전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엄마는 그 이후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누가 봐도 모난, 자식들이 봐도 모난 엄마의 성격을 받아줄 수 있는 남자는 없어 보였다"라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내가 재수를 결심했던 겨울, 하나 있는 동생의 소원이었던 새끼 강아지 고양이를 한 마리씩 안겨줬던 사람, 우리에게 기억조차 희미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사람"이라고 엄마의 남자친구 B씨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A씨는 "그런 사람이 나를 강간할 뻔했다. 하려고 했다"라며 충격적인 경험담을 털어놨다.


끔찍한 일 이후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때는 '아빠'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신에게 하려고 했던 끔찍한 일은 우연히 증거로 남아 있었고, B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죄명은 강간 미수. 엄마는 며칠을 실신하듯 쓰러졌지만 A씨는 그 일이 있은 다음 날에도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 와중에도 B씨는 미성년자인 A씨 동생에게 "언니에게 치근덕댄 것 때문에 구속되게 생겼다. 용서해 달라"라는 식의 연락을 해왔다고.


괜찮냐는 동생의 말에 '괜찮다'고 하지만, A씨는 사실 괜찮지 않다. 그는 "엄마보다 더 신뢰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하니까 이제 누굴 믿어야 하나 싶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슬픔에 젖은 A씨의 글에 많은 이들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심적으로 엄청 고통받았을 텐데 담담히 얘기하는 게 마음 아프다", "의지할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힘내세요",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나쁜 생각 마세요"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한편 A씨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나, 믿었던 이에게 피해를 입는 친족 성폭력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9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통계를 보면, 친족 성범죄는 2010년 369건, 2011년 385건, 2012년 466건, 2013년 504건, 2014년 564건, 2015년 520건, 2016년 500건, 2017년 535건으로 나타났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음은 A씨 글 전문이다.


내가 교복도 입기 전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엄마는 그 이후로 여러사람을 만났지만 누가봐도 모난, 자식들이 봐도 모난 엄마의 성격을 받아줄수 있는 남자는 없어보였다. 내가 재수를 결심했던 겨울, 하나있는 동생의 소원이었던 새끼 강아지 고양이를 한마리씩 안겨줬던 사람, 우리에게 기억조차 희미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사람, 애들이 돈이 어딨냐며 우리집에 올때마다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용돈을 줬던 사람, 아무리 모난 엄마여도 당신은 좋다던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강간할 뻔 했다. 하려고 했다. 나는 그 일이 있고 몇 없는 친구이지만 나의 사정을 다 아는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했고 앞뒤를 막론하며 빨리 신고하라고 조언을 얻었고, 했다. 수사관이라고 했던 경찰분은 나에게 모든일을 자세히 면밀히 물어봤고 우연인지 다행인지 아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에게 하려고했던 일이 증거로 남아있었고 그사람은 현장체포가 되었다. 모든일은 빠르게 진행됐고 죄명은 강간미수라고 한다. 그게 맞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았고 상상할수도 없던 일을 당한 뻔 했으니까, 그게 맞다. 너무 힘들다. 엄마는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며칠 실신 비슷한걸 하셨다. 그건 내가 해야할 일인데. 난 그 일이 있던 다음날도 알바를 나갔다. 그 사람이 구속되기 전 차단당한 나에게는 못해서 그런지 동생에게 '언니에게 치근덕된것 때문에 구속되게 생겼다. 용서해 달라' 라는식의 연락을 보냈다. 피해자인 내가 조사를 받느라 말도 꺼내지 못할 상황일때 보냈더란다.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에게 그렇게 보냈다. 동생이 괜찮냐고 물어봤다. 괜찮다고 했다. 괜찮은 척 했다. 괜찮지 않다. 괜찮을리 만무하다. 동생은 언니를 걱정한다. 괜찮은척 하는 언니는 참 괜찮지 않다. 그래도 괜찮아야 언니이다. 엄마보다 나를 더 의지하는 동생이니까. 엄마보다 더 신뢰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일을 당하니까 이제 누굴 믿어야 하나 싶다. 내가 이곳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유일하게 삶이 심심하거나 짬이 날때 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자이나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이 힘들때 심심할때 위로나 웃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냥 남기고 싶었다. 주변의 위로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찾는 이곳에서라도 푸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이 있어도, 나는 또 살아 가겠지. 살아가야지. 삶은 그래도 재밌으니까. 그래서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