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뒤에는 맛있는 간장이, 맛있는 간장 뒤에는 맛있는 '씨간장'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국민영양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쌀, 마늘, 파, 소금 다음으로 자주 섭취하는 것이 '간장'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소금으로도 분명 짠맛을 낼 수 있는데 왜 한국인들은 간장과 소금을 구별해 사용하고, 또 전체 식품 중 다섯 번째로 많이 섭취할 정도로 간장에 애정을 쏟고 있을까. 


실제로 간장이 짠맛만을 지녔다면 모든 음식의 간은 소금 만이 담당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간장에는 짠맛과 함께 의외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설탕을 넣은 단맛이 아닌 풍미 좋은 콩과 우수한 발효에서 나오는 천연 단맛이다. '단짠열풍'이 한창인 요즘, 간장은 그야말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우리나라 최초의 단짠 음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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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은 발효 기간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막 담은 새 간장은 햇간장이라 하고, 1~2년 정도 숙성시킨 간장은 청간장, 3~4년 된 간장은 중간장이라 한다. 또 5년 이상 묵힌 간장은 진간장이라고 칭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씨간장'이다. 씨간장은 오래 묵힌 진간장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간장을 골라 오랫동안 유지해온 간장을 말한다.


새 간장을 만들 때 종자로 쓰이는 귀한 간장으로 '맛있는 간장의 씨앗'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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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은 만드는 사람과 과정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맛있는 간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명인들, 또 요리사들은 맛의 비결로 하나같이 씨간장을 꼽는다.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내는 맛있는 간장을 씨간장으로 보관해 두었다가 새로 담근 햇간장을 섞는 형식을 거쳐 씨간장에서 느꼈던 맛과 가까운 풍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도 장맛이 조금 떨어졌다 싶으면 잘 숙성된 씨간장을 구해다 섞어 먹곤 했다. 


그만큼 씨간장은 장맛을 좋게 만들어주는 핵심 역할을 했고, 한 집안은 물론 마을 전체의 장맛을 책임져 오는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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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간장은 우리 조상들에게 에피타이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식전에 혓바닥으로 씨간장을 조금 찍어 맛을 봤다고 한다. 


약간의 씨간장 맛을 느낌으로써 입맛이 돌고 미각이 살아난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알아차렸다. 씨간장을 우리나라 전통 에피타이저라 할 수 있겠다. 


실제 미쉐린 가이드에 수차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7년 된 씨간장을 에피타이저로 내놓는다고 한다. 


달콤 짭짤한 간장의 풍미가 혀끝을 감싸고 오감이 깨어나는 순간 더욱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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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간장은 버릴 것이 없는 효자 식품이기도 하다. 씨간장 독 아래에 가라앉은 소금 결정체를 건져내 여러 번 씻고 말려 사용하면 일반 소금보다는 나트륨이 적고 감칠맛과 단맛, 짠맛이 조화로운 천연 조미료가 된다. 


또한 옛날부터 간장은 보약으로 통하며 우리 건강에도 유익했다. 아이가 아프면 쌀죽을 끓여 간장 한 숟가락을 더해 먹였다. 


간장은 양질의 단백질과 풍부한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에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을 보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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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씨간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씨간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오래된 간장'이라는 생각이다. 


씨간장은 단순히 100년, 200년 이렇게 오래된 간장이 아니다. 씨간장은 간장의 종자가 되는 개념이어서 시간은 중요치 않다. 


다시 말해 맛있는 간장의 씨앗이 되는 풍미가 좋은 간장이지, 무작정 오래되기만 한 간장이어서는 안 된다. 조상들은 맛있는 간장을 선별해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따라서 씨간장의 정의는 '오래된'이 아닌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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