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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랑 '바람' 피운 엄마를 충격받게 만든 여대생 딸의 '일기장' 속 내용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서 딸은 겉으로 훌륭하게 자란 줄 알았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딸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BC '병원선'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바람피운 엄마와 그런 엄마를 때린 아빠를 지켜보면서 자란 딸이 있다. 부부가 서로를 증오하고 삶을 비관하는 동안 딸은 어느새 스스로 성장했다.


무너진 가정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지키던 딸은 중학교 진학 후 전교 1등을 하더니 웬만해선 입학하기 어렵다는 특목고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합격했다.


자녀가 스스로 잘 자라줬단 착각도 잠시였다. 딸은 한평생 홀로 버티고 있던 것이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다 큰 딸의 일기장을 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부부의 세계'


엄마의 외도와 아빠의 폭력 등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준 기특한 딸 아이를 보며 부부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남편은 술만 먹으면 다시 모녀를 괴롭혔고, 딸 A양이 기를 쓰고 특목고에 입학하려던 이유도 기숙사에 살기 위해서였단 걸 알게 됐다.


점점 예민해지던 A양은 어느 날 경기를 하더니 쓰러졌다. 눈앞에서 오줌을 지리며 발작하는 A양의 모습을 본 엄마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A양은 술 취한 아빠에게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면서도 기죽지 않고 혼자 일궈낸 성과를 분명하게 따지던 아이였다. 하지만 발작 후 몸과 정신은 점점 약해졌고 힘들어하는 A양의 모습을 지켜본 부부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뉘우친 부부는 그 후 A양을 도자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반찬 투정을 할 때면 새 반찬을 해 주고, 잔병치레를 할 때면 늦은 시간에도 기숙사에 약을 갖다 주기도 했다.


부부의 노력을 알아준 걸까.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이 된 A양은 예민함도 덜하고 애교도 부리며 부모에게 먼저 싹싹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화목한 과정을 되찾은 줄 알았지만 부부의 착각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부부의 세계'


우연히 A양의 일기장을 발견한 엄마는 가슴이 무너졌다. 일기장엔 "엄마가 퍼질러 자는 걸 보고 있으면 베개로 눌러 죽이고 싶다가도 부엌에 끓여 놓은 찌개를 보면 못하게 된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빠가 자기가 한 짓은 생각도 못 하고 아빠 대접을 바라는 걸 보면 침을 뱉고 싶다가도 고기가 먹고 싶단 말에 스테이크를 굽고 파스타를 한 냄비 차리는 걸 보면 그만두게 된다"라며 아빠에 대한 원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밖에도 A양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이 매일 떠오른다며 괴로워했다. 고등학교 때 그만둔 줄 알았던 자해도 지속되고 있었다.


A양은 어릴 적 가정 환경에 대한 트라우마를 속에 감추고 있던 것뿐이었다.


인사이트일기장 / gettyimagesbank


놀란 엄마는 일기장을 그대로 두고 평소처럼 딸을 대했지만 심장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그는 "제가 행복하기에 아이도 행복한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커리어만 크고 감정과 기억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그때에 갇혀있는 아이가 홀로 어찌 살아 갈지 막막하고 죄스럽습니다"라고 후회했다.


진실을 마주하고 충격에 빠진 엄마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가 부모를 잘못 만난 전형적인 케이스", "정신과 도움받기 전에 딸에게 부모님 모두 사과부터 하셔야 합니다", "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등 가정에 소홀했던 부부를 비판했다.


부모도 미숙한 인간이라 불안정할 순 있다. 하지만 해당 사례는 그 정도를 넘었고 결국 딸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은 글쓴이가 A양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전할 것을 진지한 태도로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