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는 친구 / tvN '응답하라 1988'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결혼식 사회 봐준 친구가 축의금을 안 냈네요. 손절했는데 잘한 거죠?"
결혼식은 옷차림부터, 관계에 따라 애매해지는 축의금 액수까지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관습들로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서로가 다르게 알고 있는 결혼식 관습. 여기에서 비롯된 섭섭한 마음 때문에 오랜 우정이 깨질 위기에 놓인 친구들이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식 사회를 봐 준 친구가 축의금을 안 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아버지가 이상해'
결혼을 앞둔 A씨는 본인과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 B에게 결혼식 사회를 부탁했다.
A씨는 사회를 봐주면 신혼여행 다녀오는 길에 고급 양주 한 병을 사주기로 약속했고, 친구 B씨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대망의 결혼식 당일에 B씨는 결혼식 사회를 무사히 마쳤다. A씨는 사회를 정성스레 준비해 준 B씨가 너무 고마웠다.
약속대로 고가의 양주를 준비한 A씨는 결혼 후 바쁜 스케줄로 만나지 못하던 B씨에게 전달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식 방명록을 건네받은 A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결혼식 방명록 / tvN '응답하라 1994'
눈 씻고 찾아봐도 방명록에는 B씨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이름이 없다는 데 의문을 가진 A씨는 방명록을 담당했던 삼촌에게 확인까지 했다.
"그 친구는 방명록 안 썼고, 축의금도 안 냈다!"라는 삼촌의 대답에 A씨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A씨는 돈의 문제가 아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섭섭함을 느꼈다.
잠시 잊고 지내던 어느 날, B씨와 연락이 닿았다.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다가 결혼식 방명록 이야기까지 닿았다.
"얌마! 내가 사회 봐줬잖냐! 사회자는 오히려 돈을 받고 식장에 가는 거다. 내가 그냥 봐준 건데 양주는 사 왔냐?"
축의금 얘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대화 중 A씨의 섭섭한 의중을 눈치챈 B씨의 말이었다.
tvN '혼술남녀'
적당히 둘러대고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B씨와 통화를 마친 후에도 찝찝함만 남은 A씨였다. 주변에 물어도 "그 친구가 너 무시하는 거다", "그런 친구는 거리 둬라"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지인들이라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A씨는 누리꾼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요청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B씨의 편에 섰다.
이들은 "사회자한테 축의금을 받는다고? 그럼 주례사한테도 받을 건가?", "사회자에게 옷 한 벌 해주는 게 기본 아니었나?" 등 오랜 시간 고수된 사회 통념을 들며 A씨가 경솔했다는 반응을 이어갔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작 친한 친구들끼리는 서로 주려고 함", "사회자한테 뭐라도 챙겨 주고, 예의상 축의금도 줘야 하는데 끼리끼리 논다" 등 두 친구가 서로에게 배려가 없었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주례 없애고 결혼식을 건너 뛰기도 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신 결혼 풍속이 유행하는 시대이다. 어느 누가 규정했는지도 모를 격식보다 결혼식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바라본다면 결혼의 즐거움은 배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