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전투기 23대 때려 부쉈던 '한국인 파일럿'

인사이트프레드 오 소령 / (좌) militarytimes, (우) Wikipedia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15년 한 명의 세계 2차 대전 당시 활약한 미군 공군 파일럿이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이름은 프레드 오(Fred F. Ohr)다.


그리고 그에게는 '오종구'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3·1 운동으로 한국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이 커지던 1919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서 한 명의 조선인 아이가 태어났다. 


4년 전 일본의 탄압을 피해 미국 이민을 택한 양반가 자제 오원주의 아들, 그가 바로 '오종구'다.


인사이트미항공박물관 홈페이지


5살 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고 파일럿의 꿈을 키운 오종구는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미군 육군 모병소를 찾아갔으나 바로 쫓겨났다. 유색인종이란 이유였다. 


그때마다 그는 어머니가 '간절히 바란다면 분명 이뤄질 거다'라는 말을 상기시켰다. 


1938년, 미국도 전쟁의 기운이 돌면서 대규모 징집을 할 때,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는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대학교에 진학했고, 계급도 '중사'까지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오종구는 육군 항공대 시험을 보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즉석에서 파일럿 지원 신청서를 썼다. 어릴 적 꿈을 다시 떠올린 그는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했고, 비행학교에 합격했다. 


인사이트프레드 오 소령이 탔던 전투기 / 미항공박물관 홈페이지


일본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부대에서 수모와 인종차별을 겪었던 그는 드디어 1942년 처음으로 전투기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첫 출격 후 나치 독일의 전투기를 격추했다.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독일군과의 전투를 시작으로 그는 총 6대의 독일 전투기를 격추하며 한국계 미국인 최초 '에이스'(적 항공기 5대를 격추한 파일럿)가 됐고, 지상의 독일 전투기 17대를 파괴했다. 


1944년 미 육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대대장까지 역임했던 그는 전쟁 중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은성무공훈장 2회, 수훈비행십자훈장 2회, 동성무공훈장 1회, 공군 수훈장 17회를 수훈했다. 


1944년 그는 소령 계급을 끝으로 전역했고, 이후 학업을 지속해 치과의사로 2005년까지 일했다. 


인사이트프레드 오 소령의 인터뷰 영상 캡처 / 미의회도서관 홈페이지


2016년 출간된 책 '외로운 여정'에 따르면 그는 태평양에서 일본군과 싸우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일본군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게 될 것이고 나를 즉시 처형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 더구나 일본 정부는 아버지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유럽 전선으로 보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음 한 켠에 쌓인 분노를 전쟁터에서 쏟아낸 그였지만 결국 남은 건 70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 정쟁의 상처였다. 


타계하기 1년 전인 2014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쟁 중이었지만 독일인이든 이탈리아인이든 많은 사람을 숨지게 한 건 바로 나"라며 눈시울을 적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