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임진왜란을 겪고 난 후 38년이 지난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은 조선의 상황은 암흑 그 자체였다.
왕이 잡혀 무릎을 꿇으면서 백성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농사지을 땅은 적의 말발굽 아래 짓뭉개졌다. 설상가상으로 60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이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갔다.
극한의 상황인 병자호란 직후의 17세기. 당신이 당시로 시간 여행을 떠나 5년을 버틴다면 50억 원을 준다는 질문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던져졌다.
"콜 하시겠습니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명불허전'
같은 한국말이라고 해도 17세기와 지금의 언어는 많이 다르다. 말이 통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 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당신이 입고 있는 옷들도 17세기 조선인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할 듯하다. 운이 나쁘면 나라를 짓밟고 이웃들을 포로로 잡아간 청나라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이란 네덜란드인이 겪었던 상황이 비슷할 듯하다.
병자호란으로 인한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1653년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로 익숙한 하멜이 제주도 바다에 표류했다.
네덜란드 호린험에 세워진 헨드릭 하멜의 동상 / Wikipedia
당시 조선인들은 다른 복식과 다른 생김새를 한 하멜을 마치 짐승을 바라보듯 했다. 키와 체구가 큰 탓인지 몰라도 '괴물'이 잡혔다는 소문이 돌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앞서 길을 잃고 조선에 도착해 관리로 일하고 있었던 네덜란드인 박연이란 사람이 있긴 했으나 오랜 시간 조선에서 산 탓에 고국의 언어를 잊어버려 대화 또한 쉽게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표류했던 동료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던 탓에 한 고을에서 하멜 일행을 모두 붙잡아둘 수 없어 각 고을에 나눠 보낸 것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1 '역사저널 그날'
결국 이들이 조선을 떠날 때까지는 13년이 걸렸는데 조선에 대한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하멜은 '하멜표류기'에 "조선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거짓말하고 남을 속인다", "병자호란 때 싸워 죽은 이보다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이가 많다" 등 오늘날 말로 악플을 달아났다.
어쩌면 조선에 대한 악감정에 더해 전쟁 이후 조선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 당신이 17세기로 떠난다면 5년만 살면 된다. 하멜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50억 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도전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