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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장애인 친구가 '롯데월드 입장' 못하게 되자, 소풍 간 같은 반 '중학생들'이 한 결정

중학생들은 같은 반 장애인 친구가 소풍에 갈 수 없다는 걸 알자마자 갑자기 말을 바꿨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오 마이 금비'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봄 소풍 롯데월드로 가자!"


중학교 시절, 저는 장애가 있어 이동이 불편한 아이였습니다.


평소에는 이동수업도 많지 않고, 대부분의 수업이 교실에서 이뤄졌기에 큰 불편은 없었는데 문제는 '소풍'이었습니다.


봄 소풍을 가기로 결정돼 학급회의를 하던 날, 반 친구들은 자연스레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친구들은 "롯데월드 가자", "자유이용권 끊어서 하루 종일 놀자", "추로스 먹어야지", "롯데월드 가면 진짜 재밌겠다", "여기서 한 번에 가는 버스 있으니까 타고 가면 딱이겠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OCN '리셋'


보기만 해도 즐거워 보이는 친구들 모습에 같이 롯데월드에 가고 싶었지만 저는 움직임이 불편하기에 진즉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때 몇몇 친구들이 저에게 다가와 "A는 롯데월드 가면 부모님이 도와주시려나?", "우리가 도와줄까?"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고맙지만 나 때문에 정신없고 제대로 못 놀 거야. 난 다음에 같이 갈게"라고 말했습니다.


제 말에 순식간에 교실엔 정적이 맴돌았습니다. 이후 갑자기 남자애들 몇 명이 "놀이공원은 우리끼리 따로 가자", "너무 비싸서 엄마가 나 돈 안 줄 거 같아", "난 그렇게 멀리는 가기 싫어"라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18 어게인'


반에서 진한 화장을 하고 몰려다니던 여자애들도 하나 둘 "담임 있으면 불편하기만 하지", "나 별로 가기 싫어", "야 딴 데 정해. 투표로 해"라고 소리쳤습니다.


결국 봄 소풍 장소 투표가 시작됐고, 놀이공원과 학교 앞 공원, 대학 탐방 등의 보기 중 '학교 앞 공원'이 압도적인 몰표를 얻어 소풍 장소로 결정됐습니다.


덕분에 저는 봄 소풍에 같이 갈 수 있었고,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단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친구들이 다급히 말을 바꾸면서 투표하던 모습이 생생하고 고마워 눈물이 납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18 어게인'


해당 사연은 중학교 시절 한 장애인 학생이 겪었던 일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롯데월드 대신 공원 소풍을 선택한 중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학창 시절 발생한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이런 배려심 깊고 따뜻한 마음의 학생들도 많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그래. 좋은 학생들도 많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몸이 조금 불편한 학생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작은 배려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배려가 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장애가 있어 늘 무언가를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