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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옷 입고 방송해" 거절한 20대 여직원 잔혹 살해한 주식방송 BJ

40대 남성 BJ가 부하직원인 20대 여성에게 돈을 빼앗은 뒤 이 직원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스1] 이상휼 기자 = 지난해 7월1일 오전 112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오모씨(41)의 자수에 따라 경찰은 범행 장소인 의정부시 신곡동 오피스텔 4층을 확인했고, 처참하게 숨진 피해자 A씨(25·여)의 시신을 수습했다.


오씨는 과거 특수강간으로 징역 3년, 특수강도 2회로 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는 강력범죄 상습범이었다.


2016년 출소한 오씨는 하는 일마다 실패해 각종 대부업체에서 빚을 져 채무가 1억원이 넘는 상태였다.


오씨는 인터넷에서 해외선물 투자방송을 하는 BJ 행세를 하며 지난해 1월 의정부시내 오피스텔에 1인 기업인 양 사무실을 차려놓고 3월부터 A씨를 채용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사무실에 출근하고 100일가량 지났을 무렵 오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A씨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강요하고 주식 관련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거부했다.


앙심을 품은 오씨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A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6월 초 오씨는 인터넷으로 흉기, 로프를 주문해 사무실에 보관해두는 한편 같은달 28일 철물점에 들러 케이블타이를 구입했다.


다음날인 29일 오씨는 A씨가 출근하자 흉기로 위협하며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로 의자에 결박했다.


그 상태로 오씨는 "내가 그동안 너한테 먹여주고 돈 들인 거 전부 다 토해내라"면서 A씨가 어머니로부터 '1000만원 계좌이체'를 요청하게 협박해 가로챘다.


돈을 뺏은 뒤 오씨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강제로 A씨에게 먹인 뒤 로프를 A씨의 목에 걸고 질질 끌어 침대에 눕혔다. 성폭행 의도를 눈치 챈 A씨가 저항하자 오씨는 로프를 더 세게 조여 숨지게 했다. 이틀 뒤 그는 자수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조사에서 오씨는 "A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서 원망을 했다. 그동안 빚내서 먹여주고 뭐 사주고 했는데 (노출 심한 옷을 입고 인터넷 방송을) 안 한다고 하니까 약이 올랐다"며 오히려 A씨 탓을 했다.


그러면서 "결박한 뒤에는 이왕 이렇게까지 범행했는데 풀어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 같아서 두려웠다. 1000만원 뺏은 걸로 교도소 갈 거면 차라리 A를 죽이는 게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1000만원 빼앗은 범행이 탄로날까봐 20대 젊은 여성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씨의 진술은 수사기관도 납득하기 어려워 검거 직후 언론에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수차례 보도됐다.


오씨는 그 점을 노렸다. 자신이 범행을 저지를 때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범행 전후 신경정신 관련 치료약물을 복용했고, 술도 마셨다.


정신과 전문의 소견상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감정 결과 '치료약물을 복용하고 술도 마신 상태였지만 정신적으로 문제 없으며,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건재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재물이라는 부차적 이익 때문에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 범죄로,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감생활로 인해 자신의 어린 딸을 못 보는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밝힌 뒤 "피해자 역시 어머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딸이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피해자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어머니는 소중한 딸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지난달 29일 오씨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선고 직후 법정에 앉아 두 손 모아 숨죽이고 방청하던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행여나 재판과정에 방해될까봐 조용히 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