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나라 위해 목숨 바치고도 '월 30만원'밖에 못 받는 6.25 참전용사들의 현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 몸 간신히 눕힐 수 있는 쪽방촌의 독거노인, 늙은 몸으로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병든 아내에게 귤 한 봉지 사줄 돈이 없어 절도범이 된 남편.


이들 모두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1950년 6월 25일을 시작으로 1953년 7월 27일까지 이어진 전쟁에 당시의 많은 청년이 자신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다.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모윤숙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中)


이름 모를 용사들이 이름 모를 골짜기, 이름 모를 바위틈에서 한 줌 흙이 되었다. 그리고 전우를 따라가지 못한 잔인함 속에 살아남은 이들은 어두운 곳 사람들의 '모른 채' 속에서 살아간다. 


인사이트영화 '고지전'


지난해 보훈교육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세 이상의 고령 참전용사의 87%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전국에 생존해 있는 6·25전쟁 참전 용사가 약 9만 6천여 명임을 감안할 때, 8만 3천여 명의 참전용사가 고된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1인당 참전명예수당을 22만 원에 30만 원으로 올렸지만, 1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66만 원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지자체에서도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 참전용사에게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해외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사이트뉴스1


지난 2017년 '데일리저널'을 통해 소개된 참전용사 정만순 할아버지는 영등포의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 


당시 명예수당으로 22만 원을 받고 생활하고 있던 정만순 할아버지는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라도 어려운데 국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그런 지원을 요구할 수가 없다"


젊어서 자신을 희생한 참전용사는 반백 년이 훌쩍 지나 백발이 된 지금 쪽방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라 걱정이었다. 


그의 이 진정한 '애국'이 결국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인사이트뉴스1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두 번의 금전적 후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진작가 라미는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찍어 사진으로 남긴다. 라미는 참전용사가 단순한 군인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 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을 고민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애국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