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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맛없다"는 학생·학부모 항의에 스스로 목숨 끊은 중학교 영양사

급식이 맛없다는 학생·학부모들의 항의와 급식 만족도 조사의 낮은 결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한 영양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한 영양교사가 "급식이 맛없다"는 항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27일 한국일보는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일하고 있는 A(26) 씨가 지난달 2일 새벽 자택 아파트 옥상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따로 유서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학교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가 좋지 않아 평소 우울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작년 임용시험에 합격해 영양교사로 일한 A씨는 평소 학생들의 입에 들어갈 음식이기에 '영양'을 가장 중시해 식단을 짰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급식 식단을 짜려면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이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먼저 전통 식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고려해야 하고, 곡류 및 전분류, 채소류 및 과일류, 어육류 및 콩류, 우유 및 유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염분, 유지류, 단순당류, 식품첨가물 등을 과다하게 사용해서도 안 되며 가급적 자연식품과 계절 식품을 사용해야 하고 다양한 조리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같이 까다로운 규칙을 따르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급식 식단을 짜는 것은 고스란히 A씨에게 스트레스가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스카이캐슬'


하지만 이런 영양교사의 노고를 알 리가 없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고심하며 식단을 짜는 A씨에게 직접 찾아와 맛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A씨의 학교 동료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이 급식 맛을 항의했을 때 영양을 생각해서 식단을 짜는 편이라고 했더니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신출내기가 까불고 말대꾸한다, 아침저녁으로 전화로 돌아가면서 항의하자'라는 말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를 힘들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가 지난해보다 좋지 않자, 다른 학교 동료 영양교사에게 괴롭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아버지는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밥에도 '짜다, 싱겁다" 평가하면 기분 나쁘지 않으냐"면서 "만족도 설문조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 중인 동료 영양교사도 "학생·학부모가 직접 항의하지 않고 민원 사항이 들어오면 교감 선생님이 기분 상하지 않게 전해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는 잘 나왔다. 영양교사의 사망 원인은 결혼 반대 때문이지 급식 때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학교 2017'


이에 대해 A씨의 아버지는 "2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최근 그 점이 유독 문제 된 적은 없다. 남자친구도 그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유족은 산업재해 신청을 위해서 A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직접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건 조사를 맡은 전주 덕진경찰서가 투신 원인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타살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 소식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급식 영양교사들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