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공부해 '한의대' 합격한 70대 할아버지가 입학 포기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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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수능을 10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 수험생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이 가운데, 한의대에 합격하고도 입학 등록을 하지 않은 한 70대 할아버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수험생들에게 공부 자극이 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영어 인기 강사 로즈리가 강의 도중 전한 70대 할아버지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먼저 로즈리는 "제 230만명 수강생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로즈리가 절대 잊지 못할 수강생 중 하나는 바로 '70대 할아버지'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다큐멘터리 3일'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일찍 학원에 와서 인기 강사 로즈리의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로즈리는 괜한 걱정이 앞섰다.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왜 내 수업을 들을까. 두뇌 회전 빠른 학생들도 어려워하는데 알아듣고는 계실까.'

결국 로즈리는 어느 날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할아버지 왜 수업을 들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냥 공부하는 게 목적이요. 공부해서 한의대에 합격하고 싶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이 말을 들은 주변 학생들은 '풉'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는 한창 어린 학생들도 좀처럼 가기 어려운 한의대를 할아버지가 어떻게 가냐는 의미였을 테다.

로즈리 역시 자신도 모르게 '과연 할아버지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꿋꿋이 강의를 매일 수강했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강의를 알아듣는지도 알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중에는 질문에 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로즈리에게 힘들다는 말 한마디,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그리고 그해 11월 수능이 치러졌고 이후 로즈리는 할아버지의 시험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학원 교무실에서 할아버지 생각에 잠시 잠겼을 때,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할아버지였다.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이었는데 할아버지는 품에 검정 비닐봉지를 소중히 안고 로즈리를 찾아왔다.

"선생님, 저 한의대 붙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말을 듣자마자 로즈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할아버지는 합격 소식과 함께 검정 비닐봉지를 건넸다.

그것은 따끈따끈한 인절미 떡이었다. 이른 새벽 시장에서 막 만들어진 인절미 떡을 따뜻하게 전해주고 싶어서 품에 안고 왔던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로즈리는 이미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눈물 펑펑 쏟게 만든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렇지만 저는 등록하지 않을 겁니다"

그토록 바라던 한의대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겠다니. 로즈리가 당황해서 묻자, 할아버지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나는 한국 전쟁도, 보릿고개도 겪었어요. 그렇게 겨우 힘들게 살면서 자식들을 키워놓고 보니까 배운 것이 없었지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대에 합격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의대를 가봤자 뭘 하겠습니까.

내가 여기서 멈춘다면 한의대를 간절히 원하는 다른 청춘이 나보다 더 멋진 한의사가 될 수 있지요.

나는 꿈을 이뤘으니 여기서 포기하겠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할아버지의 사연을 전하면서 로즈리는 말한다.

알파벳도 못 읽는 할아버지는 불평불만 한 번 안 하시고 1년 반 만에 목표를 이루셨다고.

그 어떤 것도 노력을 이길 순 없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지금도 당신은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