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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제 자취방에 몰래 침입해 공포로 몰아넣었던 '변태남'이 바로 '남친'이었습니다"

한 여학생의 자취방을 몰래 침입해 흔적을 남겨놓던 남자의 정체는 바로 남자친구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도어락'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이후로 홀로 사는 여성들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1인 가구 여성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일이 일상 속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거침입과 관련해서 한 남성이 올렸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연을 털어놓은 A씨는 신촌의 한 원룸 건물 임대업자의 아들이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가 관리하는 건물은 원룸치고 보안이 철저한 편이어서 특히 여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다.


그중에는 석 달 입주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한 달에도 몇번씩 도어락 비번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A씨는 사실 너무도 귀찮았지만, 군말 없이 해달라는 대로 바꿔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여학생이 "저 없을 때 누가 자꾸 제 방에 들어오는 거 같아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방을 들어갈 수 있는 마스터카드가 있던 A씨는 괜히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언짢았다.


하지만 며칠 뒤, 사건이 터졌다. 여학생이 일부러 문틈에 종이를 껴놓고 이불 모서리도 접어놨는데 종이는 떨어졌고 이불은 펴져 있더란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도어락'


여학생은 A씨를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듯 A씨에게 화를 냈다. 이쯤 되니 부모님도 슬슬 A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스스로 누명을 벗기 위해 CCTV도 아닌 일반 디지털카메라로 복도 녹화를 시작했다.


비타민 음료 박스 사이에 교묘히 숨겨진 카메라는 겨우 2시간 치 녹화만 가능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게 3일을 녹화하고 4일째, 또 다른 사건이 생겼다. 이번에는 경찰이 A씨 집 문을 두드렸다.


경찰과 함께 여학생 방에 가보니 벽 여기저기에 섀도 펄이 가득 묻어있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여학생이 본가에 다녀오면서 일부러 범인을 잡기 위해 문손잡이에 펄을 가득 묻혀놨는데, 범인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여기저기 펄을 묻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집에 돌아온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촬영했던 녹화본을 돌려봤다.


녹화 이틀째 되던 날 밤 11시, 어디서 많이 본듯한 20대 남성이 여학생의 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가 그의 정체를 깨달은 A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종종 원룸 건물 입구에서 마주친 여학생의 남자친구였던 것.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OCN '실종느와르M'


남자친구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단지 여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지내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극한의 공포를 심어주면서 "무서우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고.


심지어 경찰이 왔던 그 날조차도 남자친구는 여학생을 감싸 안으며 "괜찮아. 내가 있잖아"라며 다정히 위로해줬었다.


결국 남자친구는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었으며, 여학생은 트라우마로 휴학하고 본가로 내려가게 됐다고 한다.


한편 이처럼 여성 1인 가구 주거침입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알려지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의 공포는 더욱더 극에 달했다.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을 공포로 몰아넣는 주거침입 범죄, 더이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