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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환자가 먼저"…25년 의사 일했는데도 전세 살던 故 윤한덕 센터장

끝없는 과로로 숨진 故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은 집 한 채 없이 전세를 살던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2주 연속 집에 들어오지 못한 남편을 위해 아내는 미역국을 끓여 놨지만, 남편은 끝내 미역국을 먹지 못한 채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설날 연휴 근무 중 숨진 故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부인 A(51) 씨는 조심스레 그와 가족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달 1일은 A씨가 남편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날이었다. 


막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의 합격이 불발됐다는 소식을 메신저로 알리자 바쁜 일정에도 윤 센터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 아내를 위로했다. 


당시 아들은 자리에 없어 윤 센터장은 아들에게 위로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없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는 이후 설 당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매체에 전했다. 


고향인 광주에 간다던 윤 센터장이 주말이 다 지나도록 연락이 되지 않자, A씨는 윤 센터장의 의료원을 찾아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책상 앞에 앉은 채로 의식을 잃은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본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평소 넘쳐나는 업무로 귀가할 수 없었던 윤 센터장은 센터장실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곤 했다. 녹록지 않은 응급센터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던 그였다.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윤 센터장은 모처럼 지난달 22일에 2박 3일 속초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하고 예약까지 해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응급센터의 문제점이 언론에서 다루어지자, 복지부의 점검이 새로이 떨어졌다. 그렇게 이들의 마지막 여행은 무산이 됐다.


25년간 의사로 환자들의 위급한 목숨을 돌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윤 센터장. 


그토록 치열했던 의사 생활에도 그의 수중에는 대한민국 집 한 채조차 없었다.


그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은 현재 전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가장이었던 윤 센터장이 과로사하면서, 가족의 생계는 부인 A씨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보도에 따르면, 전업주부인 그는 "이와 같은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을뿐더러, 경황이 없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현재 유족들을 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LG 복지재단은 한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하다 순직한 윤 센터장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하면서 유가족에게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윤 센터장의 장남 B군은 영결식장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늘 옳은 일이라 여기며 지지했다"


모두가 피하는 험한 길을 걸으며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그를 기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유족에게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