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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이틀 전’ 환자에 퇴원 통보한 요양병원

부산의 한 요양병원 임원들이 기습적으로 병원을 매각하고 폐업을 추진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한 요양병원 임원들이 기습적으로 병원을 매각하고 폐업을 추진해 갑자기 병원을 옮겨야 할 처지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1일 부산 사하구 보건소에 따르면 사하구에 있는 A 요양병원이 지난 9일 폐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 요양병원은 같은 날 환자들에게도 폐업 사실을 알리면서 11일까지 퇴원하라고 요구했다.

 

이 병원에는 치매노인 등 환자 200명이 입원해있고, 이 가운데 30여명은 중증 환자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갑작스런 폐업 통보에 옮길 병원을 찾느라 소동을 벌이고 있다.

 

갑자기 병실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환자에게 맞는 진료환경을 갖춘 곳을 급하게 찾기 어려워 애를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를 앓는 노모를 A 병원에 입원시킨 김모(53)씨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나가라고 하는 법이 어디있느냐"면서 "환자들의 동요와 불안감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의 폐업 결정이 사전에 어떤 대비책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있다.

 

환자 수가 많아 경영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최근 병원 이사장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로 급히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들 80명도 환자들과 함께 폐업통보를 받고는 허둥대고 있다고 전했다.

 

폐업 통보 하루 전날인 8일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환자들에게 어버이날 행사를 열어 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으로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이런 '막무가내 폐업'을 막지 못한다.  

 

환자에 대한 사전 고지의무도 없고 병원을 옮기는 전원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주는 규정도 없다. 

 

이런 문제를 막고자 지난 3월 의료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사하구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A 병원에 환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전원조치하라고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면서 "폐업신고 등 제반 절차는 1주일 정도 미루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이미 병원에 불신을 느낀 환자들이 급히 병원을 알아보느라 생기는 소동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A 병원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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