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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위기의 저널리즘 다룬 움베르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 출간

움베르트 에코가 숨지기 전까지 놓지 않은 전 세계를 덮친 가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열린책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벌써 한 사람이 죽었고 또 한 사람은 모습을 감추었다"


지난달 30일 열린책들은 움베르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하고 '사실이 아닌 사실들'을 쓰게 하는 배후세력에 조종당하는 여섯 명의 기자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배경은 1992년 밀라노의 한 신문사다. 주인공은 대필 일을 전전하다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신생 미디어에 합류하게 된다.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제0호(창간예비호)' 제작이지만 사실 경영진은 신문을 발행할 의사가 없다.


오로지 유력인들의 추문과 비리로 점철된 '가짜 특종'으로 그들을 협박해 세력을 얻으려는 의도만 있을 뿐.


어느 날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대형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한 기자가 살해되며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소설의 배경으로 언급된 1992년은 이탈리아에서는 초대형 정경유착 스캔들이 터진 해다. 


당시 스캔들의 여파로 1천여명의 정재계 인사가 유죄판결을 받는 등 '마니 풀리테'라 불리는 대대적인 부패 척결 운동이 일었다.


이탈리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시기를 무대로 에코는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거짓'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왜 거짓을 만들어내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거짓에 현혹되는가'.


소설을 꿰뚫는 작가의 질문은 가짜 뉴스가 판치는 현대 사회의 폐부를 꿰뚫는다.


에코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첫 장편 '장미의 이름'을 포함한 전작들이 말러의 교향곡이었다면, '제0호'는 찰리 파커나 베니 굿맨의 재즈"처럼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 연대기 작가의 문체를 의도적으로 취했다면 '제0호'는 아주 건조한 저널리스트의 문체를 따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체까지 바꿀 정도로 에코가 마지막으로 힘주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뗄 수 없는 흡인력 넘치는 이야기 속에 그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묵직한 고민이 큰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