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인류가 막 쇠의 날카로움을 알기 시작했을 때. 황야에서 초원을 지나 고원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밤의 대지 위에 명멸했던 불꽃같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23일 새움 출판사는 초원에서 평화롭게 부족을 이끌던 한 남자에게 불어닥친 가혹한 운명을 그린 소설 '족장 세르멕' 상, 하권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평화롭게 살던 그에게 역사의 수레바퀴는 또 다른 사명과 더욱 커다란 시련을 가져다준다.
모든 것을 빼앗긴 한 남자. 그는 또다시 무슨 시련을 겪고 그것을 어떻게 헤쳐 가고 결국 무엇을 이룩해내는가.
동서양과 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영웅 서사시가 이 모티프에 따라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영웅 서사시가 세월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야기의 원천임을 의미한다.
여기 그 서사시들의 목록에 덧붙일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족장 세르멕'은 막 철기가 보급되던 시절 인류가 아직 미명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를 배경으로 삼는다.
미비한 규약과 제도는 필연적으로 전쟁, 압제, 음모, 배신, 살생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힘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짜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야만과 문명이 충돌하는 세계에서 어느 작고 평화로운 부족의 족장이었던 '세르멕'이 시련을 딛고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일궈내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독특한 것은 이 책의 작가 우광환이 서울 명동의 구두 공방에서 도제 수업을 받고 지금도 구두를 만들고 있는 한 구두장인이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놀랍지만 지난 10년간 꾸준히 문학 동인 활동을 병행해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놀랍지 않다.
작가는 '족장 세르멕'을 집필하기 위해 수제화를 만들듯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고 한다.
상·하권 합쳐 688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작가가 빈틈없이 만들어 기름칠한 스토리로 흥미진진함과 함께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