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뉴요커" 쿨한 것 같지만 의외로 지질한 '허세갑' 뉴요커 일상
저염식을 먹고 센트럴 파크를 돌며 바쁘게 서로 지나치지만 파티 자리에서만큼은 둘도 없는 친구로 변신하는 뉴요커들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내 말에 어떤 위선이 있다고 생각하진 말게. 뉴욕에서 모든 것이 다 긍정적이어야만 하네"
뉴욕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에스프레소, 사람으로 꽉 찬 도로, 바삐 걷는 사람들,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는 사람들.
세계 어디에서도 톱클래스를 유지할 것 같은 자기 관리 뛰어난 뉴요커들은 때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풍자정신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의 화가이자 작가 장자크 상페는 이들에게서 세련됨 말고 다른 면모를 하나 더 발견했다.
바로 '허세'다. 건강을 위해 담배와 소금을 멀리하고 교양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 어떤 일에도 침착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한다.
상페의 작품 '뉴욕 스케치'에서 뉴요커들의 쿨한 것 같지만 허세로 똘똘뭉친 이들의 일상을 파헤쳐 보자.
1. "저염식은 뉴요커의 미덕이라네!"
파티 때 본 밀러네 식구들은 아닌 게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네.
모두들 금연을 실천하고 있었고 소금을 치지 않은 음식만 먹고 있었어.
2. "뉴요커라면 항상 좋은 일을 기억해야지"
또 몇 주나 몇 달 후 파티를 열었던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면 그 즉시,
그때 일찍 자리를 뜨게 되어 안타까웠지만 황홀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그때 정말로 좋았어요'라고 인사를 해야만 하네.
그건 프랑스에서 '그간 별고 없으셨죠'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일세.
3. "균형잡힌 몸매야 말로 우리의 특징이지"
모두들 담배를 끊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집에 가서 먹은 음식이 이상하게 싱거웠던 걸 보면 소금을 치지 않은 것 같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센트럴 파크를 세 바퀴씩 도는 베르나르 벨르랭부바르는 자꾸만 나보고 자기 배의 근육을 좀 눌러 보라고 하더니 내 생각을 묻더군.
실망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단단하군'이라고 해줬지.
4. "진정한 뉴요커라면 친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네"
정말 그렇다네, 르네알렉시스.
이곳 뉴욕에서는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할 줄 알아야 하네.
모든 것이 이것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
전화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나.
5. "우린 일을 할 때도 언제나 친교를 중시한다네"
홍보 회사에서 일하는 찰스 와서먼이란 친구가 하나 있는데-이 친구는 꼭 '홍보 업무가 아니라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업무'라고 자신의 일을 말한다네-어느 날 그 친구를 따라 규모는 작지만 아주 재미있는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었네.
한 광고 대행사에서 어떤 대기업의 홍보를 위해 그를 고용하고 있었어.
대기업 대표는 그 일을 맡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념 메달을 나누어 주었네.
또 광고 대행사 사장은 최고급 종이에 컬러로 인쇄된 광고 모형과 가가의 이름이 예쁜 손글씨로 쓰여 있는 증서도 돌렸다네.
6. "진정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뉴욕의 인파 정도야 우습지"
르네알렉시스, 자네가 부탁했던 짐을 전해 주려고 어제 자네 사촌 누이를 찾아갔네.
수고랄 것도 없는 간단한 일이었지.
여기 뉴욕에선 모든 사람들이 늘 뭔가 들고 다닌다네.
도시 전체가 언제나 공사 중이라 그런지, 모두들 늘 이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네.
7. "다른 사람의 선물을 항상 그대로 즐기는 자세야 말로 교양인의 본모습이지"
연한 파란색 찻잔들이 그보다 훨씬 우아한 파란색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네.
모두 프로방스의 그 파란색이었다네. 내가 가져간 바로 그 파란색과 똑같은 색이었지.
냅킨도, 또 의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쿠션도 모두 같은 색이었네(나는 속으로 매디슨 애비뉴에 가면 아마도 몇십 미터씩 잘라서 파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네).
아무도 이 우연을 지적하지는 않았네. 자네가 보낸 선물의 독창성을 무시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 안을 장식한 안주인의 감각에 손상을 입힐 말도 오가지 않았네.
나는 섬세한 파란색 찻잔이 유독 마음에 든다고 했지. 모두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네.
내 말에 어떤 위선이 있다고 생각하진 말게. 뉴욕에서 모든 것이 다 긍정적이어야만 하네.
8. "뉴욕에 토론가가 많은 이유는 바로 파티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뉴욕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는 데에도 적극적이라네.
이 사람들은 상대방이 어휘가 달려서 끝내는 횡설수설하게 되더라도 말끝마다 '맞아요, 맞아'라고 해준다네.
뿐만 아니라 자주 '굉장해요' 혹은 '대단한데' 하며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네.
이렇게 해서 모임이 끝나고 나면 뉴욕에는 또 한 명의 '재미있는 사람'이 탄생하는 거지.
9. "혹시 누군가와 헤어졌더라도 뉴욕은 우리에게 바로 또 다른 즐거움을 안기는 도시지"
뉴욕에서는 언제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어야 하네.
수도 없이 전호를 한 끝에 열리게 된 디너파티라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프로그램쯤은 당연히 마련되어 있어야만 하는 거야.
문 앞에 도착하게 되면 기쁨에 겨운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탄성도 연발해야만 하네.
그래야 그날 파티가 살아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