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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배낭러 용기 '빵빵'하게 채워주는 여행 덕후 뮤지션의 유럽 기차 여행기

'프로봇짐러' 오지은이 어설프지만 즐거운 유럽 기차 여행기로 여행 떠나기 무서워하는 초보 여행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인사이트(좌) 오지은 / 유어썸머, (우) 이봄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고백하자면 기자는 엄청난 겁쟁이다. 당연히 지금 사는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자 도박에 가까운 일.


여행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어딘가로 직접 떠나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TV 프로그램을 보며 상상하거나 간접 경험을 즐긴다.


배낭을 메고 직접 떠나는 것은 두렵지만 안전한 집안에서 생각하는 것은 즐거움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낯설고 걱정되는 일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glacierexpress.ch'


여러 권의 여행 에세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봇짐러' 뮤지션 오지은도 유럽 기차 여행기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에서 이와 같은 고백들을 줄줄 늘어놓는다.


우수 어린 눈동자, 한껏 지적인 표정. 어디서든 당당할 것 같은 멋진 사람도 알고 보니 너무 화려한 도시에 질려 주눅이 들고 작은 친절에도 얼굴 붉히는 촌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들으며 그렇다면 이런 나라도 "한번 떠나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머릿속을 점령한다.


오지은은 책 속에서 아직 혼자 봇짐도 꾸려보지 못한 '초보배낭러'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용기를 '빵빵' 불어 넣어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glacierexpress.ch'


1. "저는 비엔나에 가요. 비엔나에 가보셨나요? 비엔나에는 정말 비엔나 커피가 있나요?" 귀한 고독을 망치는 주접스러운 옆자리 여인의 역할을 맡아버렸다.


2. 베르니나 익스프레스(스위스&이탈리아)/ 생모리츠의 시크한 호숫가를 놓치지 마라 - 눈보라에 안 보였다


친퀘테레(이탈리아)/ 마을 간의 도보길을 놓치지 마라 - 비수기라 막혀 있었다


제메링 철도(오스트리아)/ 철도를 따라 하이킹을 하라 - 할 수 없었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테호른 뮤지엄을 놓치지 마라 - 놓쳐버렸다


3. 자본주의의 친절에는 외려 진심이 있다. 네가 여기서 돈을 쓰고 가는 한 나는 네게 잠시 사랑을 줄 거야. 아무렴, 나는 그 사랑을 남김없이 받아갈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glacierexpress.ch'


4. 사고는 불운의 별자리 아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은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지금이 있다. 어찌되었든 떠날 수 있는 지금.


5. 멀리서 낯설고 큰 소음이 들린다. 눈사태일까. 사냥 소리일까. 아는 것이 없으니 상상력이 커진다.


6. 여행자의 특권은 편견을 가져도 된다는 점이다. 며칠 만에 어떤 장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리 없다. 여행자에게는 단편적인 인상 몇으로 결론을 내릴 특권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rhaetischebahn'


7. 아까 그 바리스타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노트북을 꺼내서 작업하려면 2층에 올라가셔야 합니다." 얼뜨기는 고작 이 정도로도 잠시 설렜다.


8. 너무 아름다운 도시에 오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너무 화려하고 너무 복잡한 피렌체. 어서 어디 구석진 곳의 카페에 숨어야 할 것 같다.


9. 그림은 거기에 있었다. 가짜처럼 거기에 있었다. 어색했다. 전화통화만 하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멀찍이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어색함을 줄여 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