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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는 우리가 아는 그리스 인문학자들이 모두 숨어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등이 한곳에 모여있는 역사적인 그림이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시공아트/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가톨릭 주교의 개인 도서실에 그리스 인문자들이 총출동한 그림이 있었다.


유일신을 믿는 구교의 대표 교황의 방에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을 중시했던 르네상스인들이라니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교황 줄리오 2세의 개인 도서실에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건축가인 라파엘로(1483~1520년)의 '아테네 학당'이란 작품이 걸려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그림이 바로 줄리오 2세가 직접 주문한 그림이었다는 점.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시공아트/ (좌) 오른손을 위로 향하고 있는 플라톤, (우)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이 그림 속에는 '총출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그리스 인문학자들이 나와있다.


먼저 그림의 정중앙에 고대 그리스 대표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른 철학자나 과학자 등과 함께 토론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화면 왼쪽 제일 아래로 눈을 돌리면 제자가 잡고 있는 작은판에 그려진 도형을 보며 음악의 조화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는 '기하학의 아버지' 유클리드가 컴퍼스로 두 개의 삼각형을 그려보이며 기하학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시공아트/ (좌) 피타고라스, (우) 유클리드


유클리드 뒤편에서 지구본을 들고 있는 사람이 톨로메오이며 천계를 들고 있는 인물이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조로아스터이다.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의 위치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아래 계단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는 사람이란 추측이 가장 많다.


이 외에도 그림 속 건축 양식부터가 르네상스식으로 꾸며져 있어 그리스 아테네를 그대로 떠올리게 할 정도다.


단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소크라테스(BC 470~BC 399)와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년)와 같이 활동 시대가 달랐던 사람들까지 모두 모아놓았다는 사실 또한 이색적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시공아트/ (좌) 조로아스터, (우) 톨로메오


신중심 세계를 설파하는 교황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문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은 점이 한편으론 엉뚱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에서 이 그림을 해석한 저자 이은기는 줄리오 2세의 행동이 사회적 흐름에 따른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계획된 1508년 1월 1일은 14~16세기까지 지속된 르네상스 시대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가톨릭 교회에 다니면서도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인간의 이상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교회는 인문주의를 빌려 교회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인사이트시공아트


줄리오 2세는 이 그림으로 고대의 철학자와 중세의 성인, 당대의 인물들과 함께 교회 내에서 신성함으로 귀속되는 인간의 지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더욱이 그림의 사실적인 기법과 관객을 끌어들이는 연극적인 제스처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림의 생각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아테네 학당'이란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 시민들에게 교회의 활동이 그들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가치관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였던 것이다.


순수한 예술의 결정체인 것만 같은 미술 작품에도 보는 이를 현혹하는 엄청난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