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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세상 일찍 떠난 남편에게 76살 할머니가 한글 배우자마자 쓴 편지

글 쓸 줄 몰라 하늘나라 떠난 남편에게 편지 한 장 쓰지 못했던 할머니가 뒤늦게 진심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민우씨 오는 날'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살다 보니 보고 싶은 마음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학교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던 시골 까막눈 할머니가 그리운 누군가를 향해 또박또박 편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근 각종 SNS에는 '어느 할머니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사진 하나가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에는 삐뚤삐뚤하고 서툰 글씨체로 적힌 손편지 한 장이 담겨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최종예(당시 76세) 할머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민우씨 오는 날' 


충북 옥천군 안내면에 사는 최 할머니는 지난 2012년 가을에 시집을 냈다.


학교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어 한평생 까막눈이었던 할머니는 당시 뒤늦게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한글 공부에 뛰어들었고, 이들의 글이 엮어 한 편의 시집이 됐다.


최 할머니는 시집 '날 보고 시를 쓰라고'에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최근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 사랑하는 남편에게 쓴 편지다.


최 할머니의 남편은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먼저 남편을 보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는 최 할머니는 밤이 되면 아이들을 재우고 살아생전 부르던 남편 생각에 혼자 말없이 울었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민우씨 오는 날' 


없는 살림에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살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최 할머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고목에 핀 꽃처럼 그러나 마음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붉게 남았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할머니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썼다.


"여보 나 당신 애들 다 결혼시켰습니다


고생했다고 한 번만 말해 줘요


오늘따라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인사이트문학공원 '날 보고 시를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