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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형제의 난' 없이 가족경영 하게 만든 '큰 형님'의 정체

현대그룹과 롯데, 두산, 금호그룹 등이 형제들 사이에 경영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면서 '골육상쟁'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SK그룹 내에는 찾아볼 수 없다.

인사이트최태원(좌) SK그룹 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대한펜싱협회


SK그룹에는 '형제의 난'이 절대 없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그룹과 롯데, 두산, 금호그룹 등이 형제들 사이에 경영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면서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벌이곤 했다.


창업주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SK그룹도 어쩌면 비슷한 '격랑'에 휩싸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SK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지분 싸움과 법정 분쟁이 일어났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사실 SK그룹이 형제들 사이에 우애(友愛)가 좋기로 유명한 것은 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사이트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이 남긴 '유언(遺言)'


SK를 창업한 고(故) 최종건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동생인 고(故) 최종현 2대 회장에게 그룹을 넘긴 뒤 최씨 가문의 모범적인 '가족경영'은 시작됐다.


1973년 11월 향년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창업주' 최종건 회장은 임종 직전 동생 최종현 회장에게 자신의 3형제 아들(최윤원, 최신원, 최창원)을 잘 돌봐달라고 당부하며 눈을 감았다.


지난 26일 타계 20주기를 맞았던 최종현 회장은 형님의 '유언'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세명의 조카를 평소 자기 친아들처럼 끔찍하게 아끼면서 돌봤고, 경영 수업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다정다감한 삼촌이었던 것이다.


인사이트고(故) 최종현(앞줄 왼쪽 두번째) SK그룹 선대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형과 함께 SK그룹(前 선경그룹)을 키우면서 늘 한솥 밥을 먹던 최종현 회장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형님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그룹을 이어받은 최종현 회장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해 유공(SK에너지)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하며 그룹을 재계 다섯 손가락 안에 올려놨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1998년 8월 26일 최종현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재계 안팎에서는 '형제의 난(亂)'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종현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최태원 회장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왕자의 난' 대신 '중재자'로 나선 이유 


창업주인 최종건 전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불만을 품고 '왕자의 난'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나 분쟁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대체 SK그룹 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SK가문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중재자'로 나선 것이다.


인사이트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사진 제공 =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은 오히려 다른 형제들을 직접 만나서 설득하며 SK그룹의 '왕관'을 최태원 회장에게 넘어가도록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이끌어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말을 최신원 회장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재계 5위의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진정한 적임자는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가족의 우애와 동지(전우)의 의리를 강조하던 최신원 회장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다.


인사이트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사진 제공 = SK네트웍스


해병대 출신 최신원 회장의 '의리'와 '명분'


최신원 회장은 해병대 출신으로 한 평생 개인의 이익보다는 조직과 집단의 목표와 대의명분을 더 중시하는 리더였다.


그랬기 때문에 몇 해 전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동시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이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SK그룹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히려 최신원 회장은 그룹의 안정을 위해서 남몰래 노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이트최태원 회장의 남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화목한 집안은 일도 잘 풀린다'는 옛말을 그대로 증명이라도 하듯 SK그룹은 매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1998년 SK그룹 총수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은 그룹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이어 부동의 '빅3'로 올려놨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가족경영이 SK그룹을 재계 3위로 만들었다


2대 회장이던 최종현 전 회장이 섬유회사를 에너지·통신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면, 아들인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사업 영역을 반도체·바이오로까지 확장했다.


1998년 회장 취임 당시 자산 34조1,000억원,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현재는 자산 192조6,000억원,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다.


인사이트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SK그룹의 국가 수출기여도도 13%에 달한다. 한국 경제에서 SK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최신원 회장은 한 때 회사 경영에서 잠시 물러나 있기도 했다. 


그룹 경영에서 잠시 물러나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기부 활동에 앞장섰지만, 지난 2016년 4월 SK네트웍스 회장에 선임되면서 왕성하게 활동해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인사이트왼쪽부터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뉴스1


'맏형'에게 배운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형제들 사이에 '우애'를 강조하고 먼저 희생하는 '큰형' 최신원 회장의 리더십은 SK그룹의 탄탄한 기둥이 되고 있다. 


그런 사촌형을 보면서 똑같이 형제들 사이에 화목을 강조하는 '동생'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이 있기에 SK그룹에는 '형제의 난'이라는 말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