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태풍 '곤파스' 이후 사라진 10살 아들 8년째 기다리는 아빠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일형 군 아버지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2010년 8월 29일 충남 서쪽 해안에 상륙한 뒤 9월 3일까지 한반도 전역을 할퀴고 지나갔던 태풍 곤파스.


곤파스 위력은 최근까지도 '최악의 태풍'이라 언급될 만큼 어마무시했다.


그런데 이 곤파스라는 태풍은 한 가정에 더욱 가슴 아픈 이름으로 박히게 됐다. 


삶의 터전을 망가트렸을 뿐만 아니라 이때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태풍 곤파스가 한바탕 휩쓸고 간 바로 다음 날인 2010년 9월 4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강당리에 살던 김일형 군(실종당시 10세, 현재 18세)이 실종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일형 군 아버지


일형 군의 아버지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농사일을 하고 있던 일형 군의 아버지는 태풍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축사를 복구하러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일형 군은 어머니가 차려준 점심을 먹은 뒤 평소와 다름없이 근처 간척지에 가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자전거도 곧잘 타고, 늘 시간 맞춰 돌아오던 일형 군. 그런데 이날 따라 일형 군이 저녁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일형 군의 부모님은 급히 아이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맸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당시 토요일이어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답변뿐. 월요일에야 경찰이 와서 마을을 수색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그때에도 나타난 것은 논두렁에 빠진 일형 군의 '자전거'가 전부였다.


다행히 일형 군을 봤다는 제보자가 나타났다. 제보자는 집으로부터 3~4km 떨어진 지점에서 일형 군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과, 자전거 없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을 두 번 봤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제보로 일형 군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에도 부산 등지에서 일형 군을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지만 일형 군은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특히 일형 군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폐성장애 1급아동이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일형 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꼭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일형 군 아버지


그는 "당시에는 살아있는 게 죄스럽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살아진다"고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묻어났다.


일형 군의 아버지는 일형 군을 만나면 하고 싶은 것이 딱 하나 있다. 그저 꼭 한번 안아주는 것.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으로 8년간 그리움을 대신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지막으로 일형 군의 아버지는 "누군가가 일형이를 데려가서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0살 짜리 아이를 출생신고 한다는 게 드문 경우일 텐데 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해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출생신고 관련해 이상한 점이 있으면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일형 군과 닮은 사람을 봤거나, 소재에 대해 알고 있다면 실종아동전문기관 '중앙입양원'(02-777-0182)이나 경찰청 실종아동 제보 공식 전화 182번으로 제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