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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다며 집을 나섰다 실종된지 8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강진 여고생의 죽음에는 풀어야할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지난 24일 강진 실종 여고생 A양이 강진군 도암면 지석마을 매봉산 200m 지점에서 살해된 채 알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양의 시신은 신원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으며 왼쪽 하체 아랫부분이 많이 훼손돼 있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양 아버지의 친구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YTN 뉴스 캡처
A양의 구체적인 사인과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B씨의 사건 당일 행적과 살해 도구 등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A양의 시신, 용의자 B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낫, CCTV 영상, A양이 발견된 현장 정도다.
아직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지만 이 증거들이 말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먼저 머리카락이 사라진채 발견된 A양의 시신. 범인이 실종 당시 단발이던 A양의 머리카락을 없앤 이유는 무엇일까.
(좌) JTBC,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지난 25일 YTN에서 "잘려나간 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인위적으로 잘려나갔는지 부패에 의해 뽑힌 건지 알 수 있다"면서 "이 부분에 따라 범인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한 의도라는 의견이 제시됐고 일각에서는 범인이 범행 후 시신의 머리카락을 깎는 습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음으로는 낫. A양의 유전자가 낫 손잡이 부분에서 검출됐고 B씨의 유전자도 함께 발견돼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결정적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낫 손잡이에서 A양의 유전자가 왜 검출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찰 안팎에서는 B씨가 A양에게 제안한 아르바이트가 매봉산의 풀과 나뭇가지를 베는 일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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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A양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데 이 낫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A양이 높이 250m인 매봉산 정상 아래 부근, 가파른 경사면에서 발견된 점이다.
A양은 키 172cm, 68kg인 B씨보다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더 나간 걸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B씨가 A양을 살해한 뒤 홀로 험준한 산 정상 근처까지 시신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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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A양이 B씨에게 쫓겨 스스로 산으로 들어섰거나 원래부터 산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시됐다.
또 경찰 측은 공범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수색 결과 현장에서는 A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립글로즈만 있었을 뿐 옷가지나 흉기 등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가 '사인 판단 불가'로 나온 가운데 추후 사건 해결을 위한 보다 정밀하고 종합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