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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긴 리틀 포레스트를 만나다...'권산 포토에세이' 1,2권

전라남도 구례에 내려간 포토그래퍼 권산이 농촌의 사계절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은 임용고시에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 고향으로 내려간다.


거기서 밥을 해먹고 오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한동안 겨울밤을 보내고 나서야 힘이 생긴다.


다시 돌아간 서울 또한 다르지 않았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겪게 되는 막막하고 메마른 일상.


혜원은 제대로 살기 위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스스로 밭을 일구고 맛있는 밥을 해먹으며 더 많이 웃고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포토그래퍼 권산이 전라남도 구례에서 찍은 사진에도 혜원에게 숨통 트이게 해줬던 고향의 4계절이 오롯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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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갔다면 권산은 잠시 지내다 떠날 곳으로 구례를 선택했다.  


농촌의 여러 모습들을 찍기 위해 '일'하러 내려간 것.


집을 계약하고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어느새 1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대신 그는 본업인 사진 찍는 일을 참 열심히도 했다.


초봄에는 에로틱(?)한 밭고랑을 찍고 비가 촉촉이 내리는 완연한 봄날에는 모내기 장면을 포착해냈다.


가을에는 추수 전 장마로 쓰러진 벼가 어떻게 일어설 수 있었는지 충실히 찍었고 겨울에는 눈 맞아 루비같이 빛나는 산수유 열매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손을 거쳐 나온 구례의 모습에는 생명이 꿈틀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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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언저리에서 산 지 10년을 넘기는 관록을 교재 삼아 봄, 여름, 가을, 겨울 농촌에서 계절마다 해야 할 일도 사진으로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자'로 찍었다지만 '고향'의 사계절을 영상으로 선명히 비췄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모습이 생각났다. 


애정이 가득 담긴 농촌의 사계절 풍경이 하나, 둘 박제돼 영롱한 모습으로 종이에 담겼다.


사진첩을 가만히 넘기다 보면 그가 사람도 심심찮게 찍은 것을 알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동네 주민과 인사를 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찰칵.


옛 기계로 일 하고 있는 분도 찰칵. 동네 운동회가 벌어져도 찰칵.


진분홍 도발적인 미늘기 꽃나무 옆에 동네 어르신을 세우고 포즈를 부탁하기도 한다.


셔터 소리를 들으며 그는 모르던 동네 구례를 점차 고향으로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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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고향'을 검색하면 세 번째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꼭 태어난 곳만이 고향은 아니다.


동네에 돌 하나, 풀 한 포기가 소중해졌다면 이미 그의 마음속 고향이 된 것이리라.


작가 권산은 에필로그에 "결국 떠날 것을 알면서 머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구례 주민들에게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가 떠나더라도 기억 속에 그리운 마음이 남아있는 한 구례는 그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