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집'만 부리다 이별한 사람들이 읽으면 눈물 펑펑 쏟는다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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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어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 '낮은 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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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정하는 사랑을 물에 비유했다.


본디 물은 아래로, 더 아래로 흐르는 법.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섭리일 게다.


그런 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받아내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이정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비워냈다. 한 방울조차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사랑에 흠뻑 젖을 준비를 했다. 죽을 각오까지 하면서.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또 오해영'


아니, 이정하는 그 죽음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역설했다.


사랑하는 존재, 그 소중한 존재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잠식당하는 일이 영광이라고 했다.


그래, 잠식(蠶食)! 조금씩 천천히 뽕잎을 먹는 누에처럼. 그 뽕잎이 누에와 온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떤가. 사랑이라는 뜨거운 이름을 태우기 위해 스스로가 아닌 상대방을 태우지는 않았는가.


상대방을 태우면서 그렇게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한참을 오르다가 메말라 있는 자신의 그릇을 발견하고 상대방을 질책하지는 않았는가.


인사이트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런 사람들에게 시인 이정하는 말한다. 비워라. 흠뻑 내어줘라.


그리고 잠겨라.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에 잠겨라.


만일 그런데도 온전히 사랑을 받아내지 못하고, 마음을 차마 전하지 못한다고 한들 그것마저 사랑하라.


이정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그 존재 자체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마음 자체에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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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할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죽고 싶다.


- 이정하, '간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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