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일)

가출 후 '성매매'하던 여고생 1년간 돌보며 '고등학교 졸업' 시킨 경찰

인사이트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유혜미 경장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집을 나와 1년 2개월간 방황하던 여고생에게 다가간 한 경찰은 칠흑같던 그의 앞길을 환히 비춰주는 '등대'가 됐다.


10일 서울신문은 가출 청소년을 따뜻하게 품어 희망을 퍼뜨리고 있는 대전중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유혜미(30) 경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최근 유혜미 경장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게 된 A(17)양은 지난해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퇴를 하고 가출까지 했다.


가출 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향한 A양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20대 남성대 남성 3명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됐다.


갈 곳 없는 A양을 이용하고 돈까지 가로챈 남성들은 "가출을 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체포될 것"이라는 거짓말로 협박을 일삼았다.


인사이트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유혜미 경장


얼마 후 6월 말, 유 경장은 몇몇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서 이런 A양의 사연을 듣게 됐다. 먼저 A양을 애타게 찾는 가족들과 연락을 취한 뒤 그 날로 A양 찾기에 나섰다.


대전 지역 쉼터와 모텔을 샅샅이 뒤지며 찾아헤매기를 2개월. 마침내 지난해 9월 9일 대전의 한 쉼터에 A양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유 경장이 쉼터에서 만난 A양은 추레한 모습이었다. 그런 A양에게 유 경장은 "춥지 않느냐. 우리는 너를 보호해주러 왔다"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후 어머니와도 눈물을 재회를 한 A양은 유 경장의 지도로 소년원에 들어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초코파이'를 들고 찾아간 유 경장 덕에 불안을 호소했던 A양의 상태는 점차 호전됐고 법원으로부터 '6개월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대전의 한 쉼터로 옮겨갔다.


인사이트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유혜미 경장


이곳에서 A양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10일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유 경장에게 직접 알려왔다.


A양과 매일 연락을 하고 있다는 유 경장은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서로 펑펑 울면서 기뻐했다"며 "바로 대학교 준비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또 다음주에 문신을 지우러 온다는 A양과 검정고시 합격을 축하하는 데이트도 하기로 했다.


유 경장과의 인연으로 다시 일어선 A양은 경찰의 꿈을 꾸게 됐다. 유 경장은 "다시 비행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잘 지켜 경찰이라는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선도하며 보람과 성취를 많이 느낀다는 유 경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처럼 가치 있는 업무를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인사이트유혜미 경장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정호승 시인의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에서 유 경장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가정 문제, 친구 문제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유 경장은 "항상 응원해주는 누군가 옆에 있을테니 꼭 꿈을 찾아서 너라는 예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