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필요한 인생 사전 '그 여자의 공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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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어린 시절 일기장에는 그날 겪은 일들을 꼭꼭 적히곤 했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친구랑 어떤 일로 다퉜는지, 시험이 얼마나 남았고, 오늘 어떤 선생님이 짜증을 부렸는지, 매점 메뉴는 뭐가 가장 맛있는지 등. 


그러다 보면 하루의 일이 천천히 정리되어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오롯이 내가 느끼는 '나만의 언어'로 말이다. 


저자 또한 50년간 겪어온 인생에 관한 단상을 오랜 시간 인연 맺은 친구 같은 낱말들로 하나하나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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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백 년 인생을 풀어낸 만큼 저자가 말한 자신에 관한 표현도 소심하다, 까다롭다, 섬세하다 철없다 등 다채롭다. 


그중 유독 강조하는 말이 '소심한'이다. 


머리말에서 자신을 그렇게 주장하지만 책 전체를 돌아볼 때 저자의 소심함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오히려 '대범'과 '열정'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저자의 통 큰 면모는 혼자서 무작정 쿠바로 여행을 떠나고 아들과 함께 히말라야 등정을 하는 것만 봐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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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에 스탠딩으로 콘서트를 즐기고 평양냉면 전문점에서 면발이 강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이다. 


동창회에 나가 좋은 옷과 구두를 신은 친구에게 주눅 들지만 이내 난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며 훌훌 털어버리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밖에서 보는 그 사람의 간극은 꽤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작은 일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는 깐깐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소심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처음만난 사람에게 맞춤법을 지적하고, 부하 직원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일을 시키고, 탐구 끝에 욕실 배수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만큼 공정하려고 하는 것 또한 저자의 모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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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박장대소 했던 부분은 저자 스스로 고백하듯 '철없는' 모습이 드러날 때다. 


한껏 냉철한 지성인임을 표방했던 그녀는 재미와 흥미 앞에 쉽게 무너진다. 


50세가 된 후 새해 첫 소원은 손톱 손질이요, 세월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조지 클루니의 지성과 유머를 겸비한 섹시함을 찬양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저자에게 페이스북 친구에게 '좋아요'를 누를지 말지는 영원한 숙제 같은 일이다. 


일견 너무 가벼운 일인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사실 대부분 이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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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줄임표', '미루다', '빈둥빈둥', '나잇값', '동안', '팬', '미움' 등. 


저자가 책의 주제로 정한 제목들을 가리켜 '인연 맺은 낱말들'은 사실 참 추상적이다. 


뜬구름 잡는 주제인 것 같지만 슬슬 읽다보면 어느새 일상으로 구체화 되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든다. 


저자는 산다는 것이 "자신만의 사전을 쓰고 또 그것을 거듭 수정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삶 속으로 찾아온 낱말은 그녀의 인생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내 사전에 등록될 낱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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