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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던 길에 5·18 계엄군한테 집단 성폭행당한 여고생

1980년 5월, 집으로 향하던 길에 계엄군한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당시 여고생의 증언이 뒤늦게 공개됐다.

인사이트5·18 기념 재단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당시 10대 여고생의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9일 한겨레는 1980년 5월, 계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병을 앓다가 승려가 되었다는 여성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여성 A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 위치한 고등학생 1학년으로 재학 중이었다. 


그러던 5월 19일, 집으로 걸어 돌아가던 길에 공수부대 소속 군인 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아직 어렸던 A씨는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실제 A씨의 사연은 지난 1991년 여성연구회가 펴낸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실렸다.


"성폭행을 당한 뒤 A양은 혼자 웃어대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는 등 불안 공포증을 보였다. 점차 상태가 악화돼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기도 했던 A양은 1987년 3개월여 동안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한공주'


그러던 1989년, A씨의 오빠는 국회 5·18 광주청문회를 앞두고 5·18민중항쟁 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 이지현(65) 씨를 찾아갔다.


"청문회에서 동생의 사연을 공개해 동생과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세요" 오빠의 부탁이었다. 


사연을 접한 이씨의 노력에도 불구, A씨의 증언은 그러나 결국 청문회 때 공개되지 못했다.


"당시 5·18단체 관계자들조차 '아무리 흉악한 놈들이라도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겠느냐'며 내 말을 믿지 않았다"고 이씨는 매체에 전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 오늘날에서야 A씨의 사연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5·18 당시 군인들의 집단 성폭행에 관한 증언이 직접 나온 것.


인사이트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연과 함께 이씨는 이후에도 일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절로 들어가 승려가 된 실제 A씨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해 더욱 공분을 샀다.


이에 과거 5·18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성폭행 피해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고한 시민 수백, 수천이 폭도로 몰려 희생됐던 그때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는 A씨 외에도 많았으리라 추정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계엄군에 끌려가 수감된 채 온갖 고문에 시달리다 석방 전날에는 끝내 성폭행을 당한 또 다른 여성의 뒤늦은 '미투' 폭로가 전해지기도 했다.


A씨를 비롯해 이같은 피해자 여성들은 38년 전 봄, 온 사방이 핏빛과 눈물로 절여졌던 그 시절에 아직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