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내 아내는 초인입니다"…대한항공 승무원 아내 둔 남편이 올린 호소글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아내를 둔 남편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SNS '블라인드'에는 결혼 10년차이자 대한항공 승무원 아내를 둔 남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아내가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남성 A씨는 "제 와이프는 말 그대로 초인입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한때 대기업에 다니던 A씨는 기업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거대 조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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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하는 아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A씨는 "대한항공은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기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강매 아닌 강매를 당해왔다.


만약 기내 판매 물품과 금액에 대한 차액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기내 승무원들이 그 비용을 충당해야 했다.


휴일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다. 연월차를 신청하면 늘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쌓여가는 연월차를 '병가'로 썼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불합리한 처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기내에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승무원이 어떤 불이익을 얻더라도 회사는 직원보다 대외적인 면을 먼저 고려했다고 한다.


노조가 있었지만 한 번도 노조 선거를 하거나 투표로 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일은 없었으며 '노사협의'에 의해 결정된다는 성과급도 언론에 보도되는 대한항공의 영업 이익에 비하면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었다.


A씨는 또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현장 근무 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늘색, 하얀색이 주를 이루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보기에 '예쁘다'는 평가를 받지만 육체 노동이 필요한 직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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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짐을 옮기기도 하고 식사를 서비스하는 등 유니폼이 오염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이를 감내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해외 호텔에서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손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해야 했다.


또 한겨울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출근길에도 A씨의 아내는 여름 샌달같은 구두를 신고 출퇴근을 했다고 전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들을 누리지 못했던 승무원 아내를 보며 A씨는 부당하다 못해 '치사하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점점 피폐해져가는 아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A씨는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의 문제점들이 개선돼 조금이라도 일 할 만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승무원 지망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이었던 대한항공. 그러나 그 위상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총수 일가의 '갑질'을 견뎌낸 직원들의 땀과 눈물로 이뤄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