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주물공장에서 10년간 벼려낸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눈 '김동식 소설집' 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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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한 사내가 건조한 눈으로 충격적인 말을 한다. 


"얼마 전, 내 아내와 딸이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사내는 자살하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그는 여러 번 규칙을 위반한다. 무단횡단을 하고, 기차 좌석을 착각하고, 돈 없이 택시를 탔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었단 사실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는 아니다. 이상한 건 그와 만난 사람들이다.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저지르고 별반 미안해하지도 않는 그에게 오히려 당한 사람들이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의 깊은 슬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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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가 낳은 작가 김동식의 소설집 4, 5권은 전작들보다 깊숙이 사람의 내면을 파고든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내용은 좀 더 우리 사회와 밀접해졌다. 갑자기 일어난 재앙 같은 일들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볼 수 있는 사회의 아픔을 다룬 작품이 늘었다. 


반전이 줄어든 대신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더 깊고 넓어졌다. 옆에서 이야기하듯 더 친숙하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해서 모른 척 살고 싶었던 우리 사회의 모순들은 여전히 툭툭 튀어나와 독자의 마음을 꼬집고 할퀸다. 


이번에 발표한 그의 소설들은 작정한 듯 독자를 '제대로'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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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이 끝나면 아기가 되어버리는 차, 범죄율 실험을 한 회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용하는 청년, 자신의 범죄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해자, 고소취하와 함께 개인적인 복수를 선택하는 소녀 등. 


김동식의 소설은 이 시대의 도덕을 다룬다. 소설집 4권 중 '카운트다운'에서 그 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차에 카운트다운 숫자가 지워지며 갑자기 아기로 변했을 때 많은 사람이 "생명이니 무조건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은 너무 쉽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응방법으로는 스마트폰, 빌딩, 의자 심지어 숟가락이 아기가 되었을 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 


작가는 스스로 "도덕적이다", "정의롭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정제된 물음을 던져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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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김동식의 소설을 보면 불편하다. 나 살기도 바쁜데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라 하고 세상도 돌아보라 한다. 


이상한 건 편한 것만 추구하는 이 세상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책이 올해만 5권 출간돼 5만부 이상 팔렸단 사실이다. 


그중 많은 책이 중고등학생들 손에 쥐어져 독서모임 교재로 활용된다고 한다. 짧은 단편이라 읽고 바로 토론하기에 안성맞춤이란다. 


이는 사람들이 불편과 기꺼이 맞서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며 이겨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확신이다. 


수많은 관심 속에 그의 소설이 연작 드라마 논의 중에 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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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에는 어엿한 작가가 된 인간 김동식의 감상이 담겨있다. "그래, 내 인생에 이런 이벤트 한 번쯤은 있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던 그는 어느새 "하루하루가 이벤트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담백하고 소탈하게 써 내려간 그의 소감 속에 '이벤트'라는 말이 눈에 밟힌다. 김동식은 올해 3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살인자의 정석'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오후 6시면 우리는 그의 소설을 볼 수 있다. 그는 이제 하루살이 이벤트용이 아닌 '연중무휴' 작가가 됐다. 


김동식이 언제까지 어떻게 글을 쓸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바람은 있다. 나는 그가 호호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우리 사회를 쿡쿡 찌르는 불편한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


한발 더 나아가 불편함을 꾸준히, 당당하게 선사해 독자들이 '양심 고백'하지 않고 못 견디게 하는 만만치 않은 작가가 되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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