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길고양이 폭행 후 숨지자 쓰레기통에 버린 보안업체 직원

인사이트네이버 카페 '대구시 캣맘협의회'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늦은 밤 고양이 때문에 울린 경보로 현장에 출동한 보안업체 직원이 고양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6일 네이버 카페 '대구시 캣맘협의회'에는 "어젯밤 대구 시내 ○○분식 앞 쓰레기장에서 죽어가는 아이가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해당 고양이를 가리켜 "한 식당에서 밥 주시며 돌봐주시던 아이"라고 설명했다.


발견 당시 고양이는 입으로 피를 쏟고 대소변을 모두 쏟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글쓴이와 일행이 병원에 응급진료를 문의하는 사이 결국 숨이 끊어졌다.


인사이트네이버 카페 '대구시 캣맘협의회'


이들은 고양이가 죽은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여겨 주변 탐문에 나섰다.


이들이 근처 식당 CCTV를 모두 확인한 결과, 누군가 고양이의 사체를 쇼핑백에 담아와 쓰레기장에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CCTV 속 남성은 야광조끼를 입고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 이를 본 글쓴이는 경찰 혹은 환경미화원일까 의심했으나 또 다른 CCTV 확인 결과 한 보안업체 직원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당 보안업체에 연락해 그날 밤 출동했던 직원과 통화했다.


해당 직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고양이가 인근 여성복 매장의 창고로 들어갔고 이 때문에 보안 경고가 작동하자 직원이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네이버 카페 '대구시 캣맘협의회'


직원은 20분간 손을 이용해 고양이를 내보내려고 했으나 고양이가 점점 난폭해지며 달려들었고, 무서운 나머지 가지고 있던 삼단봉으로 내리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고양이를 쇼핑백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렸으며 너무 찝찝하고 무서워 3-4시간 후(새벽 3시 무렵) 다시 찾아갔지만 시신이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은 학대를 인정하며 글쓴이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글쓴이는 "누구에게 용서를 바라냐. 세상을 떠난 아이는 말이 없다"고 슬픈 심정을 전했다.


그는 "아이가 각혈을 하고 그렇게 죽을 정도라면 한대만 친 게 아니라 여러 차례 아주 강하게 휘둘렀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어쩌다 사람이 뜻하지 않은 곳에 실수로 들어가게 됐다고 그 사람을 죽여도 되냐"며 "당신이 생명을 앗아갈 권리가 있냐"고 반문했다.


인사이트네이버 카페 '대구시 캣맘협의회'


이들은 8일 대구 중부경찰서를 통해 해당 직원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보안 업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합의를 요구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쓴이는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자정경에 올리는 비상호출. 그리고 출동했더니 고작 고양이. 피곤하고 귀찮고 짜증 나실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죽이지 않는다. 실수에도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언갈 지키는 방범업체에서 무언갈 죽이다니 어이없고 기가 찬다"며 "누구를 위해 쥐어준 삼단봉이냐. 보안직원의 편의와 편리함을 위해 쥐어준 삼단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