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 자원을 싼값에 남한에 팔아야 하냐"···통일하면 '북한이 손해'라는 탈북자들
북한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송이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북한의 청년 세대는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이 될만한 내용을 담은 방송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9일 방송된 SBS 광복70주년 특집다큐 '남북청년통일실험-어서 오시라요'가 그것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북한 청년들이 남북한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북한 출신의 청년들도 다수 있었다.
2008년에 탈북한 새터민 백용 씨는 이 대화에서 "통일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북한에) 남한 사람들의 기술력이 들어가면 북한은 자원과 싼 노동력만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않느냐"며 "어떻게 보면 북한 사람들은 통일의 피해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북한에 사는 북한 주민 입장이면 '왜 우리 자원을 남한한테 싸게 줘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백씨의 이 같은 주장에 2006년에 탈북한 새터민 승설향 씨도 가세했다.
승씨는 "북한의 입장에서 굳이 남한하고 통일을 안 해도 중국이 있는데, 한국과 손을 안 잡아도 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는 비단 북한 출신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개최한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결성, 매 경기 최소 3명의 북한 선수가 출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는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했지만, 국내에서는 논란이 뜨거워졌다.
남북 단일팀 구성 때문에 한국 선수 3명이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만 보게 됐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를 '정치적 희생'이라고 부른다. 남북 우호관계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 청년들이 남북 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70년이 넘는 분단의 시간동안 진화해 왔다.
남북청년들은 더 이상 모든 문제를 제쳐두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지 않는다.
해당 방송은 다변화된 사회에서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청년들 역시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