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최근 불거진 방송 작가 처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방송 작가에 대한 '갑질' 논란에 대해 "작가 및 보조 작가의 처우 문제를 포함해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추상적인 해명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미 문제가 상세하게 제기된 상태임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문제점이 발견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또 "적극적으로 개선"이라는 말로 설명을 끝내기보다는 임금이나 근로 시간 등 구체적인 개선안을 밝혔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SBS는 이미 지난 2008년 자사에서 방송하던 '긴급출동 SOS 24'의 보조 작가가 서울 목동 본사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숨진 김모 씨는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씨가 숨진 지난 2008년에도 작가들 대부분은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사실상 24시간을 근무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23살의 어린 목숨이 하늘로 떠났고, 그 후 10여년이 지났음에도 SBS는 여전히 그때와 똑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오전 KBS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에는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KBS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캡쳐
자신을 방송 작가로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지난 2016년 '그것이 알고 싶다'와 뉴스타파 '목격자들' 방송 작가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월급 160만원이 방송 6주 후에 일괄 지급되는 형태였지만 A씨는 막내 작가의 월급 치고는 넉넉한 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한 뒤 느낀 현실은 달랐다. 그는 그곳에서 24시간 일을 해야 했다.
6주 중 기획 주인 첫 주만 10시쯤 출근해 7시쯤 퇴근하고 2~5주엔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을 했다고 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주 업무가 밥 심부름, 커피 심부름인 것은 그에게 자괴감을 주기 충분했다.
일명 '적폐'를 고발한다는 피디들이 이처럼 내부의 문제에 입을 다물자 그는 당시 담당 PD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PD는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곳"이라면서 "그렇게 똑똑하게 굴 거면 여기서 일 못해"라고 대답해 A씨를 좌절케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A씨는 "청년 실업이니, 열정페이니 방송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웃프다"며 "저걸 만든 막내 작가는 얼마나 자괴감이 들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27일 현재 조회 수 3만여 건을 넘어서며 수많은 현직 작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