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가장 후유증 심하다는 '하얀 방 고문'을 당한 남성의 생생한 증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은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발생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현실감 넘치는 고문 장면은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며 현대사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충격적인 고문 장면 때문인지 영화의 인기가 커질수록 비인간적인 고문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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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숨기고 있는 사실을 강제로 알아내기 위하여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고문은 당할 때도 고통스럽지만, 이후에도 극심한 후유증을 남겨 평생을 괴로움 속에 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잔혹함이 배가 된다.


그중에서도 수감자들을 평생 비정상적인 상태로 살아가게 할 정도로 가장 후유증이 큰 고문이 있다.


바로 '하얀 방 고문(White room torture)'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고문실은 벽도, 바닥도, 천장도 모두 하얀색이다.


흰색 조명이 깜빡거리고 수감자들은 수염과 머리카락을 모두 깎은 뒤 나체 상태로 감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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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되는 음식은 오직 하얀 쌀밥뿐이다. 여기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강제로 듣게 한다.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수감자들은 시공간 감각이 마비되는 '감각 이탈' 증상을 느끼고 끝내 자아까지 혼란에 빠지는 정신분열을 일으킨다.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방 고문' 행위는 그저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공개된 미국 'CIA 고문 보고서'를 통해 하얀 방 고문이 실제로 자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란 출신의 남성 아미르(Amir)는 자신이 지난 2004년 당시 무려 8개월 동안 하얀 방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미르의 주장에 따르면 하얀 방 고문의 후유증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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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온통 하얀 방에서 8개월간 갇혀 있으니 부모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며 "그곳을 벗어났을 때 나는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직도 그때의 후유증이 남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처럼 하얀 방 고문은 평생 지워지지 않은 정신적 상흔을 남기는 잔혹한 행위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이유로 하얀 방 고문을 비롯해 수감자들한테 가해지는 온갖 고문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스파이나 테러범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필요악'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중국 물고문'을 체험한 사람들이 남긴 말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똑, 똑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심연주 기자 yeo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