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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장기미제였던 '드들강 살인 사건' 결정적 증거 밝혀낸 71세 노교수

이정빈 단국대 교수의 활약 덕분에 16년간 장기 미제였던 '드들강 살인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밝혀졌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 변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시체 하나가 떠올랐다.


피해자는 이제 막 17살이 된 박모 양이었다. 박양의 몸에는 성폭행한 흔적과 목 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박양의 신체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됐지만 이와 일치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목격자도 직접 증거도 없는 상황.


결국 이른바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실마리 하나 찾지 못한 채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된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러던 중 2012년 8월 박양 신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이미 또 다른 강간 범죄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던 김씨였다. 범행 당시 27살이었던 김씨는 DNA 증거를 들이밀자 "성폭행은 했으나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김씨가 박양을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고, 김씨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만다.


그렇게 묻힐 줄 알았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은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인사이트(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우) 이정빈 단국대 석좌교수 / 연합뉴스


그리고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김씨의 '살해 혐의'를 입증해줄 결정적 증거가 등장했다.


증거를 찾아낸 사람은 다름 아닌 올해 71세 이정빈 단국대 석좌교수다.


앞서 범인은 '성폭행'은 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살인을 밝혀내려면 무엇보다 피해자의 사망 시기를 확인하는 게 관건이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건 해결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과학수사팀이 작성한 문서에서 '용의자의 정액과 피해자의 생리혈이 섞이지 않았다'는 기록을 발견한다.


이 교수는 해당 기록이 용의자의 살해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인사이트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1심 재판을 보고 나온 유족들 / 연합뉴스 


정액과 생리혈이 섞이지 않는 현상을 실험해보기 위해 이 교수는 직접 자신의 혈액은 뽑았다. 정액은 아들(38)에게 부탁했다.


실험 결과 이 교수는 정액과 생리혈이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는 이상 7시간 가까이 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해보면 박양이 성폭행을 당한 후 별다른 이동이나 움직임 없이 곧바로 살해됐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를 토대로 검찰은 김씨가 박양을 성폭행한 직후 목 졸라 살해해 강물에 빠트렸다고 판단,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끊임없이 무죄를 주장했으나 1심, 2심 모두 김씨의 죄질이 나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오늘(22일) 오전에 열린 대법원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김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 교수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검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2001년 박양을 죽인 살인범 김씨는 범행 16년 만에 법의 단죄를 받았다.


장기미제 '드들강 여고생' 살인범, 범행 16년 만에 '무기징역' 확정대표적인 장기미제사건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