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연합뉴스, (우)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만큼은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온 우주의 신경을 책에 집중하며 공부를 하려던 찰나. "악!". 책에 손가락이 베였다.
칼이나 톱에 손가락을 난도질당한 것만큼 고통이 밀려와 침이라도 발라본다.
자꾸 욱신거리고 신경 쓰여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 역시 오늘은 공부하는 날이 아닌가 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이다. 나약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종이'가 두려운 흉기처럼 느껴진다.
(좌) gettyimagesBank, (우) YouTube 'AskMen'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면 왜 그렇게 아플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손가락 끝에는 감각신경세포가 집중돼 있어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과 루이즈 오클랜더 교수에 따르면 팔이나 다리로 물건의 감촉을 느낄 때보다 손으로 물건을 만질 때 뇌가 10배 이상 집중한다.
이는 손가락이 얼마나 민감한 부위인지, 우리가 손가락 끝에 얼마나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통각수용기의 밀도가 높다. 이로 인해 다른 부위보다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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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종이 자체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의 생각보다 종이는 위협적인 흉기와도 같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종이가 매끄러워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매우 불규칙하다. 칼처럼 날카롭고 매끄럽지 않고 톱처럼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종이에 손가락이 베이면 들쭉날쭉한 종이 모서리에 미세한 살점이 뜯기는데, 이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상처가 불규칙해 아물기도 쉽지 않고, 다른 상처보다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고통을 더하는데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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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보통 종이에 베일 때는 우리 몸이 긴장하고 있는 긴급 상황이 아니다. 차분한 환경에서 책을 보고 있을 때 기습(?)을 당한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깜짝 놀라면 심리적으로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종이에 베인 상처는 치료가 쉽다. 흐르는 물로 환부를 씻고 연고를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면 쉽게 낫는다.
상처 부위가 공기에 노출되면 통증이 더욱 커지고 세균 감염 위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